이해가 부족해 오해하는 나라, 일본[책과 삶]
일본사 시민강좌
박훈 외 지음
연립서가 | 635쪽 | 3만3000원
박훈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가 1996년 일본 유학을 결심했을 때다. 집안 어른께 말씀드리니 “왜 하필 왜놈들의 역사를 배우려고 하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먼 옛날 한반도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나라, 나중에는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의 역사를 배워야 하느냐는 불쾌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civilization’의 번역어인 ‘문명’이 메이지 유신을 전후한 일본 번역 문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회, 회사, 대학, 헌법, 철학, 민주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다.
박훈은 한국인의 일본관을 “‘관심’은 과도한데,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이해는 너무도 부족한, 그래서 무지와 오해가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일본사 시민강좌>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일본사학자들이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공동 주최한 10회의 강연회에 기반한 책이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시대순을 따라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강의에 기반했기에 경어체를 써 읽기 쉽게 국내 일본사학계 연구 성과를 성실히 소개했다. 각 챕터가 별도의 책으로 나올 수 있을 정도니, 독자는 수십년간 연구한 최고 전문가의 요약 강의를 손쉽게 흡수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기반하면서도 한국 독자들의 정서를 배려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미디어에서 ‘일왕’이라고 많이 부르는 ‘천황’ 명칭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을까. 중국의 ‘천자’ 명칭에는 역성혁명이 가능한 논리가 숨어 있지만, 일본 ‘천황’은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지 유신 같은 엘리트 중심의 변혁이 일본 사회에 초래한 결과는 무엇일까. 이 모든 일본사의 전개가 정미의병 탄압, 난징대학살, 사이판 옥쇄 같은 제노사이드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친절히 답한다.
책으로서 만듦새도 좋다. 챕터별로 참고 도서, 논문 등 ‘더 읽을거리’를 수록했다. 답사를 위해 ‘가 볼 만한 곳’도 사진으로 안내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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