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짝퉁 왕국’의 진화
중국 모조 시계의 역사는 10여 년 전, 수퍼 클론(복제품) 무브먼트(시계 구동 장치)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시계 무브먼트의 경쟁력은 부품 수는 최소화하면서 시간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스위스 시계 산업의 세계시장 장악은 초정밀 무브먼트 제조 능력 덕분이다. 그런데 중국 가짜 시계 업체들이 천신만고 노력 끝에 롤렉스의 최첨단 무브먼트(모델 4130)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중국 시계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어 스위스 명품 못지않은 고품질 시계를 마음껏 찍어내고 있다.
▶2003년 중국 체리 자동차는 대우 마티즈를 그대로 베낀 ‘QQ’ 자동차를 만들어 100만대 이상 판매했다가 대우차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런 흑역사를 가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요즘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샤오미가 지난 3월 독일 포르셰의 ‘타이칸’을 닮은 전기차 ‘SU7′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충전 속도, 시속 100㎞ 도달 시간(제로백) 등 성능 면에서 포르셰를 오히려 능가한다.
▶중국은 2년 전 중형 여객기 C919를 개발,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대 민간 여객기 제조국 반열에 올랐다. C919는 승객 168명을 태우고 5555㎞를 논스톱 운항하는데, 가격은 20% 이상 싸다. 개발 당시 유럽 에어버스 320 모델을 베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에어버스 입장에선 중국이 워낙 큰 고객이라 항변도 제대로 못했다.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이상 싸구려 모조품의 대명사가 아니다. 최고급 소비재 시장도 하나둘 점령해 가고 있다. 국내 고가 로봇 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지 오래다. 국내 소비자들의 필수품이던 일본 발뮤다의 토스터, 무선 선풍기는 중국 샤오미의 가성비 제품에 밀려나고 있다. 무선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혁신 제품으로 한때 중국 시장을 석권했던 영국 다이슨은 성능이 비슷한데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 제품에 밀려 직원 3분의 1을 감원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중국이 베끼려고 기를 쓰는데도 아직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가 반도체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중국 수출을 막고 있는 것이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극미세 회로를 새길 광원(光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한국 반도체엔 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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