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아 나를 믿니?" 각 지자체 숏폼 홍보 경쟁 돌입

박혜원 기자 2024. 7. 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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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 구독자 수 약 76만 명
경남 양산시 릴스 조회수 900만 회 돌파
울주군 릴스 조회수 700만 회 돌파


지난 5일 양산 시청 직원들이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하진솔 주무관, 방영훈 주무관, 민홍식 팀장) 박혜원PD


지난 5일 경남 양산시청 홍보팀 사무실. 직원들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정 홍보’ 소재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홍보 담당 공무원이니, 행정문서나 정부 방침을 연구하고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다소 의아하다. “이거 춤추기 좀 어려운데”, “어우야, 춤이 현란하다”, “이런 밈 괜찮네.”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 1000만 회를 앞둔 양산시의 ‘Never trust anybody (아무도 믿지 마라)’ 영상 (출처: 양산시 인스타그램)


이들의 주요한 ‘업무 레퍼런스’는 바로 숏폼.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릴스, 그리고 틱톡 등 빠른 정보와 재미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행정 홍보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경남 양산시가 게재한 짧은 영상은 최근 대박을 쳤다. 양산시가 지난 5월 29일 게재한 13초 분량의 쇼츠 ‘Never trust anybody’(아무도 믿지 마라)는 현재 1000만 조회수를 앞두고 있다.

해당 영상은 한 외국 유튜버의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본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버지를 믿고 뛰어내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믿고 아들은 바닥으로 몸을 던지지만, 아버지는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한다.

양산시는 이 영상을 활용해 ‘양산 일자리센터 워크넷’을 알렸다. 영상에서 사다리 위에 올라선 한 하진솔 주무관은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너무 무서워요”라고 소리친다. 이에 민홍식 홍보팀장이 “진솔아 나를 믿니? 뛰어들어!”라고 말하며 받아줄 듯한 자세를 잡는다. 여기에 넘어간 하 주무관이 “네, 팀장님”이라 말하며 뛰어내린다. 하지만 ‘팀장님’은 월척을 낚았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고는 하 주무관에게 등을 돌린다.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취업 정보, 양산 일자리센터 워크넷”이라는 멘트와 함께.

지난 5일 양산 시청. 민홍식 홍보팀장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양산시 홍보팀의 주된 고민은 전문 유튜버와 다르지 않다. 항상 소재를 궁리하고, 챌린지처럼 세간의 주목을 끌 방법을 연구한다. 때로는 부끄러움을 감수하며 격정적으로 몸을 흔든다. 민 팀장은 “저희 콘텐츠에 어울리는 소재와 적용할 밈들을 항상 모니터링 하고 있고, 시기별로 중요한 축제·행사, 특산품이 나는 시기를 다 신경 써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춤추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희 팀에 촬영 담당 주무관이 ‘팀장님 사람이 없어서 출연하셔야 되겠습니다’하면 1~2번 정도 거절하다가 출연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잘 추는 게 아니다 보니 딸에게도 배우고 영상에는 어설프게나마 춤을 따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트작 ‘Never trust anybody’를 촬영할 때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뛰어들기 너무 무섭다’는 영상 속 말대로, 하 주무관은 실제 사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기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민 팀장은 “촬영을 갈 때 나와 하 주무관, 방영훈 주무관 셋이서 가는데 사다리 뒤로 떨어져야 됐다. 사다리 세워놓고 처음에 하 주무관한테 ‘한번 해봐’라고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떨어지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시범을 보이고 촬영 담당 주무관(방 주무관)도 한번 뛰게 하는 식으로 안심시킨 다음에 마지막으로 하 주무관이 매트로 뛰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누리꾼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양산시 홍보팀 직원들 또한 덩달아 인기인에 등극했다. 민 팀장은 “사무실에서 하 주무관한테는 ‘네가 90이고 내가 10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해당 영상에 대해서는 제 지분이 30% 이상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가 넘은 충주시의 ‘공무원 관짝춤(Coffin Dance)’ 영상 (출처: 충주시 유튜브)


숏폼을 이용한 SNS 홍보 돌풍은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가 밈을 활용한 영상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충TV‘의 구독자 수는 약 76만 명으로 충주시 인구 약 20만 명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등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광주 동구는 공식 SNS 계정에 언어유희를 통한 도서관 홍보 영상을 올려 조회수 200만 회를 앞두고 있고, 울산 옹기 축제를 홍보하는 울주군의 ‘중요한 회의 중 멈춘 척하기’ 영상은 시청 횟수 600만 회를 달성하기도 했다.

챌린지와 패러디를 활용한 숏폼 형식의 지자체 영상은 지역 정책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이끌며 긍정적인 인식을 확대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한국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해 조직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현재까지 많은 주목을 받는 숏폼 영상. 어떤 짧은 영상들을 활용해 지역과 정책을 홍보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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