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울산 팬과 공감한 광주 팬, “우리도 배신감 느낄 거 같아”

허윤수 2024. 7. 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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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 내정' 홍명보 감독, 울산과 계약 해지
울산 팬, "안 간다고 했으나 한순간에 다 저버렸다"
광주 팬, "축하받을 수도 있는 일에 서운함만 남았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수=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울산HD를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긴 가운데 상처는 남은 팬들의 몫이 됐다.

울산은 11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 감독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후임 감독을 찾을 예정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감독 후보에 이름이 오를 때마다 줄곧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홍 감독이었기에 모두가 놀랐다. 특히 시즌 중 수장을 잃게 된 울산 팬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10일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경기에서 울산 팬들은 홍 감독과 협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축협의 개 MB’, ‘피노키홍’,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K리그 무시하는 KFA 아웃’, ‘삼류 협회’라는 걸개와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만난 한 울산 팬은 속상하다면서 “협회와 홍 감독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든 저희에게는 분명히 안 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순간에 다 저버렸다”라며 “그 부분이 가장 실망스럽고 수장이 없어진 선수단 분위기도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 가게 된 상황을 설명하며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해서 피해 없게 하겠다고 했다면 다른 구단 팬들도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 것”이라면서 “갑자기 선두 경쟁을 하는 팀의 감독을 빼 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울산 팬 역시 협회와 홍 감독을 함께 꼬집었다. 그는 “정떨어지는 행보”라면서 “K리그가 발전하고 대표팀 경기력을 향상하는 게 순서인데 마치 대표팀이 최고고 K리그는 그 밑에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라고 자국 리그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표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라며 “울산의 2연패를 이끌어주신 좋은 감독님이시나 마무리는 분명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울산의 상대 팀이었던 광주 팬들도 안타까워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 역시 후보군에 있었기에 피부로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다. 한 광주 팬도 남 일 같지 않다며 “중간에 누가 저희 감독님을 빼 간다고 하면 기분이 정말 상할 텐데 과정도 부드럽지 못했다”라며 “울산 팬들의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됐기에 불안하긴 했다면서도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혹은 기득권층이 저희 감독님을 뽑진 않을 거로 생각해서 덜 걱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광주 팬은 홍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역량이 충분하다면서도 “K리그 팬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그 선두를 다투는 팀의 감독이 갑자기 대표팀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만약 저희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굉장한 배신감이 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직에 오르는 과정이기에 충분히 축하받을 수 있으나 협회의 미숙함으로 다들 실망감과 서운함만 남게 됐고, 이는 어느 구단 팬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프레스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홍 감독은 “제 축구 인생에 있어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예전 실패를 떠올리면 너무 끔찍했으나 반대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라며 “결과적으로 저는 저를 지키고 싶었으나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라며 “이게 제가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부분을 바꾼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울산에 있으면서 팬,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좋았다”라며 “얼마 전까지 응원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다시 한번 울산 팬, 처용 전사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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