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 1.68g 갈비탕에 솜방망이 방심위, 이제 와서 심의 강화?

윤수현 기자 2024. 7. 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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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기 만료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식품 판매방송 심의 강화한다"
류희림 방심위, 홈쇼핑 문제적 식품 판매방송에 행정지도 권고 일색
6기 방심위로 심의 기조 이어질지도 미지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홈쇼핑 자료사진. 그래픽=안혜나 기자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임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의 과장된 식품 시연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홈쇼핑의 식품 과장 홍보에 법정제재 등을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행정지도에 그쳤다.

방심위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홈쇼핑의 식품 판매방송에 대한 중점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방심위가 홈쇼핑의 문제적 방송을 지목해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심위는 최근 홈쇼핑이 갈비탕 등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면서 원재료나 함량을 과장 홍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며 “소비자 오인 및 기만적 표현에 대한 심의를 강화한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규정 위반 사례가 반복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심위의 “심의 강화” 공언은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기 방심위원들의 임기 만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에 강화된 심의 기준을 적용할 기회조차 없다. 방심위가 문제적 방송을 한 홈쇼핑에 법정제재를 결정하기 위해선 최초 안건 상정 후 의견진술 결정, 의견진술 후 법정제재 결정, 전체회의를 통한 법정제재 확정 등 3번의 회의를 거쳐야 한다. 당장 문제가 등장했다고 해도 심의 결정까지 2~3주가 소요된다. 5기 방심위 임기는 이달 말에서 8월 초 끝난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허연회 위원이 한국TV홈쇼핑협회 이상록 협회장, GS SHOP·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 대표이사와 지난해 10월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히 류희림 체제 방심위는 홈쇼핑의 식품 관련 판매방송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때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를 연이어 결정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6개 홈쇼핑 대표이사를 만나 “심의규정 위반이 반복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엄중히 심의·제재해 나갈 것”이라고 당부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분이 이어진 것이다.

광고심의소위원회(광고소위)는 지난해 12월 불고기 판매방송에서 실제 상품과 차이가 있는 시연 장면을 보여준 KT알파쇼핑과 NS홈쇼핑에 행정지도 권고·의견제시를 결정했다.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기존 유사사례와의 형평성을 감안했다는 게 이유였다.

W쇼핑은 지난 1월과 4월 도가니탕·갈비탕 판매방송에서 실제 상품과 다른 시연 장면을 보여줬으나, 모두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현대홈쇼핑은 조미료가 들어간 곰탕을 판매하면서 “맛을 내기 위해 이것저것 섞지 않는다”고 소개했으나, 지난달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또 광고소위는 '심의 강화' 보도자료를 낸 지난 9일 양지고기 1.68g이 들어간 갈비탕을 판매하면서 “양지로 아예 육수를 낸다”고 안내한 현대홈쇼핑 플러스샵에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2기·3기 방심위원을 역임한 장낙인 전 우석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류희림 체제 방심위에서 홈쇼핑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았던 측면이 있다”며 “5기 위원들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강화한다고 할 게 아니라 이미 강화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방심위 상품판매방송팀 관계자는 “최근 규정 위반 사례가 반복됨에 따라 중점모니터링 등을 통해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6기 위원회에 전달해 민생과 직접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수는 바뀌더라도 최근 계속되는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노력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지난달 27~28일 홈쇼핑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이후 새롭게 구성될 6기 방심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심의 강화' 기조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심의 결과는 방심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면 새 심의 기조가 생길 수 있으며,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심의 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4기 방심위에선 홈쇼핑사에 법정제재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과징금이 8건에 달했으나 5기에선 한 건도 없었고,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제재인 관계자 징계도 1건도 없었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미디어학과 전임교수는 2020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발간하는 '트렌드 리포트' 기고문에서 “방심위를 통해 구조화된 내용규제도 위원회 심의 및 구성 시점 그리고 선임된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심의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임명 전후 10개월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의 심의 내역. 자료=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그래픽=안혜나 기자

같은 기수라도 광고소위 구성원들에 따라 심의 경향이 달라진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전 10개월간 방심위가 결정한 홈쇼핑 법정제재는 23건에 달했으나, 류 위원장 취임 후 10개월간 법정제재는 4건에 불과했다. 법정제재는 대폭 줄었으나 행정지도는 69건에서 86건으로 늘었다. 류 위원장 취임 전 정연주 전 위원장과 옥시찬·허연회·김우석·김유진 위원이 광고소위에 참여했으나, 정 전 위원장과 옥시찬 위원이 해촉되면서 최근 허연회·김우석·문재완·김유진 위원이 회의에 참여했다.

방심위 결정은 낮은 순부터 행정지도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는 홈쇼핑 재승인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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