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에게는 걱정, 협회에는 직격탄, 폭발한 이천수 “주호에게 미안, 선배들이 못났다”

유튜브 ‘리춘수’ 영상 캡처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주호가 위원회의 내부 사정을 고발한 것을 두고 대한축구협회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호의 대표팀 선배인 이천수가 박주호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천수는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리춘수’에 올린 영상에서 “축구인들이 좀 멋있게 늙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하면 주호 같은 후배가 나섰을까. 난 진짜 주호한테 미안하다”며 “이런 일은 선배들이 해줘야 하는데 후배들이 하고 있으니 선배들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주호는 지난 8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캡틴 파추호’를 통해 그동안 위원회 내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공개했는데,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박주호가 비밀유지서약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천수는 이 영상을 통해 향후 박주호에게 쏟아질 축구계의 압박 탓에 힘들어질 것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천수는 “주호가 엄청 힘들어질 것이다. 제2의 이천수가 될 판이다”라며 “축구계에 정착하지 못할 것이다. 나랑 상의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튜브 ‘캡틴 파추호’ 영상 캡처

이와 함께 이천수는 이번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대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냈다. 이천수는 지난달 열린 영상에서는 “국내 감독으로 (홍)명보 형이나 (신)태용이 형이면 나는 콜이다”라고 했는데, 이번에 홍 감독이 선임되면서 이천수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난 지금 축구계에서 왕따다. 누가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주겠나”라며 “돌아가는 상황과 느낌상 국내 감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지지부진했던 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다시 한 번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천수는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면 국내 감독을 빨리 선임했어야 한다”며 “축구가 장난도 아니고, 자기가 능력이 안되면 그만둬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선임하는 행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후배가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 행태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실망한 울산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위원회가 잘못한 것이라고 확실하게 지적했다. 이천수는 “울산 얘기는 말하기 좀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협회에서 잘하고 있던 감독한테 연락한 것 자체가 실수”라며 “물론 필요한 절차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K리그를) 우습게 본 것이다. ‘울산보다 우리가 위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울산 팬들의 실망감에 대해서는 “울산 얘기는 조심스럽다. 협회에서 잘하고 있던 감독에게 연락한 것 자체도 실수다. 필요하긴 했어도 그건 우습게 본 거다. ‘울산보다는 우리가 위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면서 “명보 형이 그걸 준비하면서 팬들한테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땐 가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프레스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