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 앗아간 '데이트 폭력'..쯔양 개인의 문제 아니다 [★FOCUS]
2019년 11월 24일 향년 28세로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구하라. 고인은 생전 전 남자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 리벤지 포르노(당사자 동의 또는 인지 없이 협박이나 강요 등에 이용할 때 배포되는 음란물)를 당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바.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오덕식 부장판사)은 1심 선고 공판에서 구하라 전 연인 최 씨에 대해 공소 사실 중 협박, 강요, 강해, 재물손괴 등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불법촬영과 관련된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며 최 씨의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카메라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선 1심, 2심과 같이 무죄가 내려졌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 구하라 측의 반대에도 오덕식 판사가 최 씨가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관람을 주장, 결국 판사실에서 비공개로 확인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리벤지 포르노' 사건을 공론화시키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게 하고 경각심을 일깨웠던 구하라. 고인의 친오빠 구호인 씨는 당시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가운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구하라는 집단 성폭행, 성매매, 성접대 등 온갖 추악한 범죄의 '버닝썬 게이트' 취재에 결정적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승리, 정준영, 최종훈의 부적절한 단톡방을 최초 보도한 강경윤 기자는 "도대체 그 단체 카톡방에서 나오는 '경찰'은 누구일까, 그게 너무나 중요한 키포인트이고 풀리지 않는 문제, 숙제였다. 근데 구하라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그 물꼬를 터준 거다"라면서 "'기자님 저 (구)하라예요. 정말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했다. 그들이 휴대전화를 할 때 본 적이 있었다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게 많다. 기자님이 얘기하신 게 맞다' 그러더라. 구하라에게 솔직하게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다. 이 부분 도와줄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결국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부분을 대신 물어봐 줬다"라고 뒤늦게 밝혔었다.
강 기자는 "최종훈과의 전화로 '경찰'이 허구의 인물이 아닌 윤규근이라는 실제 있는, 경찰 경력이 있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인 걸 확인했다. 구하라가 도와준 덕분에 최종훈의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구하라는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제게 어떤 얘기를 했냐면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 했었다"라며 성범죄를 뿌리 뽑는데 기꺼이 나섰던 구하라를 떠올렸다.
쯔양은 "대학교 휴학했을 때 만난 A 씨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헤어지자고 했더니 몰래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했다. 당시 A 씨가 날 본인이 일하는 곳(업소)으로 데려갔다. 아주 잠깐 술 따르는 일을 했는데 당시 번 돈도 (A 씨가) 빼앗아 갔다. 이체 명세도 전부 있다"라면서 "방송할 땐 얼굴을 때리면 티가 나니까 몸을 때렸다. 방송 수익은 A 씨가 전부 가져갔다. 광고 수익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눈물로 고백했다. 또한 수익 배분은 7(A 씨) 대 3(쯔양)으로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에 쯔양은 A 씨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으나 쯔양 측 법률대리인은 "다만 이후 전 소속사 대표는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고, 결국 '공소권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형사사건은 종결됐다"라고 알렸다.
무엇보다 쯔양이 이에 대한 고백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일부 유튜버들, 일명 '사이버 렉카'들의 '협박' 때문인 것으로 전해져 씁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쯔양은 이들에게 협박당해 2억 원이 넘는 돈을 뜯겼다는 주장. 데이트 폭력, 리벤지 포르노는 엄연히 강력 범죄임에도 여전히 2차 가해가 만연하고 피해자만 고통받는 잔혹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바,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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