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 올해 대표공연은 ‘말러’…표 구하기 어려운 악단 만들겠다”
- 전임 최수열 공들인 슈트라우스
- 존중 담아 첫 공연 레퍼토리로
- 브루크너 등 연주로 격조높이고
- 베토벤 등 친숙한 곡으로 ‘균형’
“취임하며 참 부담이 컸습니다. 부산시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악단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부임하는 입장에서 잘 되고 있는 단체가 훨씬 부담스럽죠. 이전의 성과를 이어받아 ‘부산시향 공연은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객에게 사랑받는 악단으로 만들겠습니다.”
홍석원 부산시립교향악단 신임 예술감독이 지난 10일 국제신문에 밝힌 부임 소감과 포부다. 홍 예술감독은 지난 1일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인데, 평가에 따라 연임할 수 있다. 예술감독은 통상 주로 공연 단체에서 예술성·창의력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실행, 예산까지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홍 예술감독 또한 정기공연 기획부터 예산까지 부산시향을 총괄한다.
앞으로 홍 감독이 꾸리는 부산시향의 정기공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작곡가 말러의 작품에 집중하면서도 더 많은 관객을 위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정통 클래식 곡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홍 예술감독은 “최수열 전임 예술감독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부산시향의 특성에 들어맞는 작곡가를 심도 있게 파고들며 호평받았다. 제 경우 이번에는 작곡가 말러에 집중하는 것이 음악인으로서 목표가 될 것 같다. 객원으로 부산시향을 지휘할 때 말러 작품이 부산시향과도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러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교향악단이나 지휘자에게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정도의 느낌이 드는 대단한 일이다. 규모가 크고 난이도도 높다”며 “말러의 곡을 연주하다 보면 부산시향의 실력도 더욱 향상될 것이고,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부산시향은 오는 9월 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612회 정기연주회 겸 홍 예술감독 취임연주회를 시작으로 홍 감독 체제 하반기 레퍼토리를 가동한다. 취임연주회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코르산티아와 협연한다. 연주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모음곡 ▷리스트의 교향시 제3번 ‘전주곡’ 세 곡이다.
홍 감독은 “슈트라우스는 최수열 전임 예술감독이 공을 들인 작곡가다. 그 업적을 존중하고 계승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선곡했다”며 “이어지는 곡은 전주곡으로,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최 감독이 거둔 이전 성과를 바탕으로 화려한 시작을 열어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부산시향은 오는 10월 1일 제613회 정기연주회를 김재영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로맨틱’을 연주한다. 오는 11월 7일에 펼쳐지는 제614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이상은 첼리스트와 함께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8번 등을 연주한다.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인 제615회 정기연주회는 오는 12월 20일 개최된다. 소프라노 박소영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이 협연한다.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이 연주된다.
홍 예술감독은 “통상 1년 단위로 레퍼토리를 계획하지만 도중에 부임한 상황이라 제한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말러, 브루크너와 같이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작품과 베토벤 ‘황제’와 드보르자크의 8번 교향곡 등 대중에 친숙한 곡을 잘 섞었다. 제한적이었지만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 나온 것 같다”며 “모든 공연이 중요하다. 다만 말러의 곡을 연주하는 올해 마지막 공연이 가장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 긴 호흡으로 말러의 전곡을 연주할 부산시향의 첫걸음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이 오는 8월 준공해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인 만큼 부산 공연장계 변화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음악가인지라 다른 이해와 득실을 고민하지 않는다. 부산시향은 가장 좋은 음악을 가장 좋은 공간에서 관객에게 선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가장 질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이 만족하는 공연으로 찾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부산시향은 참 활기찬 악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역동적으로 지휘하는 스타일이라 시너지를 잘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악단의 존재 이유는 관객에 있습니다. 우리의 장점인 넘치는 에너지를 관객분들과 공유하고, 시향을 계속 찾으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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