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아사히글라스, 해고 하청근로자들 직접 고용하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국내 하청업체로부터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았다가 해고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측이 해당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자메시지로 일방적 해고를 당해 법정분쟁을 시작한 지 9년여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해고 근로자 23명이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인 AGC 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화인테크노는 2015년 6월 30일 국내 하청업체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자사에서 업무에 종사하던 GTS소속 근로자 178명을 해고했다. 노조결성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해고 근로자들은 부당노동행위라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가 각하당했다. 화인테크노가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해고 근로자들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는 한편 화인테크노와 GTS, GTS 대표 등을 파견법 위반 행위로 고발했다. 이와 함께 화인테크노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소송도 냈다. 화인테크노역시 구제신청을 인용한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이 세가지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두 해고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먼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사건 쟁점은 해고 근로자들이 화인테크노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는지 여부였다. 파견관계에 있다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2년 이상 파견받지 못하며, 이 기한을 넘길 경우에는 직접고용해야 한다. 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법상 파견근무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를 서류상 계약 명칭이나 형식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 근로감독 형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고용주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여부 △근로자 업무관리에 대한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행사 △파견 목적의 구체적 범위 확정 △파견근로자와 원고용주 근로자의 업무 구별성 △원고용주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조직 또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이다.
대법원은 해고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GTS 현장 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화인테크노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원고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고, 원고들은 화인테크노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돼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담당한 공정업무가 피고 근로자들의 업무와 상호 연동돼 있고, 원고들만 수행한 공정이 비록 피고 근로자들의 공정 및 설비와 단절돼 있지만 피고가 공정작업 속도를 통제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원고들 중에는 입사 후 담당 공정이 변경된 근로자도 있는 등 원고들의 담당 업무가 피고 근로자들의 공정과 어느 하나로 고정돼 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GTS의 인원배치가 화인테크노 계획 따라 이뤄진 점, GTS근로자들의 작업‧휴게시간과 휴가 등이 화인테크노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은 점, 화인테크노와 GTS간 도급계약 목적·내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GTS 근로자들 담당 업무가 높은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하지는 않는 수준이고, GTS가 설립 이후 화인테크노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만을 수행하고 계약이 끝나자 해지한 점도 같은 이유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해고 근로자들이 화인테크노와 GTS, GTS 대표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근로자파견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반면, 화인테크노가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 상고심에서는 원심과 동일하게 화인테크노의 주장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화인테크노가 GTS와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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