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척 돈 벌더니"…'쯔양 협박'에 역풍 맞은 사이버 렉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구제역, 카라큘라, 전국진 등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유튜버 쯔양 협박'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사고 있다. '정의구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불법적 행동까지도 지지를 받아왔는데, 정작 자신들이 정의롭지 못한 일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구독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이에 수사기관에 고소장이 접수되는 한편, 정치권에서도 사이버 렉카의 행태에 대한 견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10일 '쯔양 과거 폭로 협박 뒷돈 (feat. 렉카연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가세연은 이 영상에서 구제역의 휴대폰 속에 있었던 통화녹음파일을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는데, 그 안에는 구제역과 전국진이 쯔양에게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내자고 대화하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해 2월 녹음된 통화에서 구제역이 "이번 거는 터트리면 쯔양 은퇴해야 돼"라고 하자, 전국진은 "그냥 몇천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고, 구제역은 "이건 2억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현찰로"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흘 뒤에는 구제역이 1100만원을 쯔양에게서 받기로 했다며 전국진에게도 "조금 챙겨드리겠다"고 했다. 구제역은 실제로 5500만원을 쯔양에게서 받고, 쯔양 관련 영상은 제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가세연은 전했다.
이들이 터트리려고 했던 '쯔양의 과거'는, 가세연의 영상이 올라온 다음날인 11일 쯔양이 직접 밝히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쯔양은 '모두 말씀드리겠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4년간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에게 성폭행, 폭행 및 착취를 당했다고 밝혔다.
쯔양은 남자친구 A 씨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A 씨는 쯔양을 몰래 찍은 불법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쯔양을 착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술집에서 강제로 일을 하게 하는가 하면, 번 돈도 모두 빼앗아갔다는 것이다. 이후 유튜브 방송이 성공하자 A 씨는 소속사를 차려 쯔양에게 불공정 계약을 맺게 하는 방식으로 유튜브 수익금까지 빼앗았다는 설명이다. 착취당한 금액은 모두 4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쯔양은 그 사이 "거의 매일 맞았다"며 둔기 등으로 폭행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결국 A 씨를 고소했는데, 수사 도중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이에 구제역도 "원래 (쯔양에게) 3억원을 부르려고 했는데, 차마 그렇게 못하겠더라. 그걸로 (쯔양이) 13억 뜯겼다"며 "이런 상황에서 3억을 달라는 게 좀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저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쯔양이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영상물을 유포하는 것)의 피해자라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한편,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오히려 이를 이용해 쯔양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구독자 126만명의 유튜버 카라큘라에 대한 비판이 높다. 카라큘라는 쯔양을 협박하는 데 직접 관여했다거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카라큘라는 쯔양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구제역에게 조언을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누리꾼들은 분노하고 있다. 가세연이 공개한 구제역과 카라큘라의 통화 녹음에 따르면, 구제역이 쯔양 관련 폭로에 조언을 구하자, 카라큘라는 "쯔양을 건드리는 걸로 해서 한 10억원을 받으면 막말로 채널이 날아가도 10억원을 받으면 되는 건데, 그런 것이 아니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잘 선택해라"라고 말했다. 그간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의 가해자에 관한 폭로를 하며 '정의구현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쌓아온 그였기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이 커지자 카라큘라와 구제역은 의혹을 부인하며 조만간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카라큘라는 "두 아들을 걸고 누군가에게 부정한 돈을 받아 먹은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구제역도 "하늘에 맹세코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으며 쯔양님의 곁에서 잊힐 권리를 지켜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돈 받지 않았고 부끄러운 행동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인기 유튜버 쯔양이 겪은 사생활 침해와 허위 사실 유포는 단순한 온라인 괴롭힘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유튜브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 의원은 "유튜브는 이용자 자율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사이버렉카의 활동을 부추기고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유튜브는 플랫폼 이용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방임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와 방심위는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 운영자들이 자체적인 노력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면서 "해외기업이라 법적, 행정적 조치가 닿기 어려운 부분은 실정법인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는 내용에 따라 엄격하게 가해차 처벌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방심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 11일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쯔양을 협박하고 갈취했다는 유튜버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도 방심위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쯔양을 협박하거나 이를 공모한 것으로 지목된 유튜버들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됐다.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황천길'이라는 익명의 고발인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한 고발장에 "해당 사건 고발인은 피고발인 이외에도 다른 피혐의자가 있다고 사료되므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적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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