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깜빡이는 켰지만 환율·가계부채·집값이 복병

주형연 2024. 7. 11.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기 등 검토' 표현 첫 등장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은 변수
증권가 8·10·11월 전망내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정책(기준)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발언을 내놓았다.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방향성이다.

시장은 '과연 언제 얼마나 내릴까'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두 수장 모두 명확한 시점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리스크가 상존해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인하는 분명… 문제는 금융 안정= 이날 한은이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란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금통위원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한 위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는 등 금리 인하에 관한 언급이 늘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 안정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물가 안정이란 측면에선 우리가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평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물가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4%까지 낮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째 2%대를 유지하면서 목표 수준(2%)에 근접해졌다. 근원물가도 2.2% 상승에 그쳤다. 다만 불안한 환율, 급증하는 가계대출, 부동산 시장의 불안 등이 금리 인하를 발목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대출도 다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선제적으로 낮아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 기준금리까지 더 떨어지면, 약 3년 전의 집값 폭등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와 같은 가계대출 광풍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6월 주담대 증가 폭(+6조3000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주담대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파월 연준 의장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금리인하가 너무 늦거나 너무 낮으면 경제활동과 고용을 약화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고 충분히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이날 미국 노동 통계국이 발표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로 전월대비 0.1% 내렸다. 3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으나,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각각 0.2%와 3.4%로 예상했던 시장의 관측보다 낮았다.

핵심 CPI의 연간 증가율은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휘발유 가격이 3.8% 하락하면서 식품 가격·주거비(0.2% 상승)를 상쇄했다.

◇8월, 10월, 11월… 엇갈리는 전망들=연준과 한은 수장이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확신을 주지 않자 시장 전망도 엇갈렸다. 현재 국내 증권가가 보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은 10월이 대세다. 하지만 오는 7월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8월 및 연내 2차례 인하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와, 한은이 물가보다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11월 이후나 4분기 중 1차례만 금리를 인하하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함께 나온다. 특히 KB증권과 대신증권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다른 평을 내놨다. 두 곳 모두 연준은 연내 2차례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평가했지만, 한은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과 손실이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한은이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수개월 앞서 금리를 인하한 뒤에도 시장 충격이 크지 않았던 만큼,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보다 한 달 정도 금리인하 시점이 앞선다고 해서 많이들 걱정하지만, 한 달 정도 먼저 내린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며 "ECB가 금리를 먼저 인하한 뒤에도 유로화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환율 변화는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을 뿐, 시장 걱정만큼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은 한은이 올해 4분기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금리를 일찍 인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경기 부양이고 부작용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확대"라며 "환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선반영해 대출금리 하락, 부동산 시장 자극이 나타나고 있어 한은이 굳이 금리인하를 빠른 시점에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 ECB와 한은의 경제상황과 금리인하 목적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유럽은 이미 경제성장률이 0%대였고 물가 상승률도 2% 초반까지 빠르게 내려와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 중반으로 높이고 있어 금리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고용과 물가라면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며 "한은의 목적인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안정이 흔들리고 있는데 굳이 먼저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주형연·김남석기자 jhy@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