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맨발 걷기

이진규 기자 2024. 7. 1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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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이제 전국적으로 퍼진다.

이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맨발 걷기에 좋은 황톳길을 조성하는가 하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자치법규시스템에서 '맨발'을 검색하면 모두 163개 조례가 검색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개와 기초자치단체 226개 가운데 세 곳 중 두 곳인 67.1%가 어떤 형태로든 맨발 걷기 활성화와 맨발 걷기길 조성과 관련한 조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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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이제 전국적으로 퍼진다. 맨발 걷기에 나서는 인구도 증가세다. 이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맨발 걷기에 좋은 황톳길을 조성하는가 하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자치법규시스템에서 ‘맨발’을 검색하면 모두 163개 조례가 검색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개와 기초자치단체 226개 가운데 세 곳 중 두 곳인 67.1%가 어떤 형태로든 맨발 걷기 활성화와 맨발 걷기길 조성과 관련한 조례를 마련했다. 부산 울산 경남으로 좁혀 보면 3개 광역단체 모두와 부산 16개 구·군 중 12곳, 울산 5개 구·군 모두, 경남 18개 시·군 중 13곳이다. 바야흐로 맨발 걷기 전성시대다.


실제 황톳길 조성 소식이 잇따라 들린다. 부산시설공단은 부산시민공원과 금강공원에 이어 지난달 옛 대신공원에 맨발 황톳길을 만들었다. 부산 해운대구는 올해 초 대천공원 장산산림욕장에 황톳길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달 새로 단장한 아시아선수촌공원에 황톳길을 갖췄다. 동구는 지난 5월 구봉산에 신발보관함, 세족장, 황토탕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황토 맨발 길을 개장했다. 남구는 지난달 맨발 황톳길 4곳 조성 예산을 편성했다.

맨발 걷기가 인기를 끄는 큰 이유는 맨발 걷기를 하면서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입소문 덕분이다. 고혈압 같은 성인병뿐만 아니라 암, 비염 등에 두루 효능이 있다는 만병통치약 수준의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 맨발 걷기가 지압과 혈액 순환 향상 등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맨발 걷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딱히 장비를 사야 할 필요가 없고 가까운 하천이나 공원의 짧은 흙길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기에 특별히 교통비가 들지도 않는다. 지자체도 다른 사업에 비해 투입 예산 대비 주민 만족도가 높아 황톳길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맨발 걷기 열풍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황톳길은 쉽게 만들 수는 있지만 비가 오면 유실되는 양이 많아 관리가 수월찮다. 또 서둘러 맨발 걷기 길을 꾸미면서 졸속·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8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숲길의 황토를 걷어내고 인공적인 황톳길을 조성하려다가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마저 벌어졌다. 땅과 접촉을 끊고 더 고층 아파트, 더 높은 층수에서 살려고 아우성치는 이들이 땅(earth)과의 접촉을 늘리는 어싱(earthing)의 효과를 보려고 맨발 걷기에 나서는 세태도 좀 씁쓸하다.

이진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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