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동이로 퍼붓듯…극한 호우 대비 부울경 예외 없다

2024. 7.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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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기상 이변으로 재난이 일상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200년에 한 번 내릴 폭우'가 남해안권을 덮쳐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극한 호우' 기준(시간당 50㎜)의 3배 수준이자 연간 강수량의 10% 넘는 '물 폭탄'이 1시간 만에 쏟아진 것이다.

서울시는 100년 빈도 폭우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 저장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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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00㎜ 이상 폭우 피해 속출
방재기준 높이고 안전투자 늘려야

잦은 기상 이변으로 재난이 일상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200년에 한 번 내릴 폭우’가 남해안권을 덮쳐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선 이날 새벽 시간당 146㎜ 비가 내렸다. ‘극한 호우’ 기준(시간당 50㎜)의 3배 수준이자 연간 강수량의 10% 넘는 ‘물 폭탄’이 1시간 만에 쏟아진 것이다. 2년 전 서울을 침수시킨 강수량이 시간당 141㎜였다. 전북 익산시와 충남 서천·부여군은 시간당 100㎜ 넘는 비로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부산·경남에서도 이날 하루 최고 171.4㎜(거창)의 장맛비가 쏟아져 담벼락과 전봇대가 무너지고 항공기·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기후위기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이 밤사이 내린 폭우로 잠겨 있다. 연합뉴스


보통 시간당 50㎜ 비가 내리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100㎜ 이상이면 인공구조물 파손 가능성이 커진다. 인명 피해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야행성 폭우’ 탓이다. 최근 남·중부권에 상륙한 정체전선(장마전선)은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 한밤중에 비를 뿌린다. 낮에는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진입을 가로막아 힘을 못 쓰다 밤에 상륙해 폭우를 쏟아낸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국지성이다. 과거에는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가며 골고루 비를 뿌렸는데 최근 장마는 느리게 움직이다 좁은 지역에 양동이로 퍼붓듯 집중 호우를 쏟아낸다. 실제로 군산과 80㎞ 정도 떨어진 전북 부안군은 시간당 4㎜에 그쳤다.

재난은 인간의 예측범위를 벗어나는데 방재시설은 그대로다. 지난해 7월 기준 부산의 배수펌프장 대부분은 ‘30년 빈도 강우량’ 기준으로 설치됐다. 50년 빈도는 20%(14곳)에 불과하다. ‘저류시설 설계 기준을 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상향하라’는 행정안전부 권고(2018년) 역시 강제성이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 우수저류시설은 3시간 동안 최대 강우량 175㎜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시간당 강우량이 58.3㎜를 넘는 비가 3시간 넘게 내리면 수용량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 부산·울산·경남(PK)에 전북처럼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지속하면 물바다가 될 게 뻔하다. 비만 오면 한숨 쉬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동천이 범람해 주택과 차가 침수되고 초량지하차도에서 아까운 생명이 꺼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측 가능한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기준은 ‘안전’이다. 과거 자연재해에 맞춘 방재시스템은 무의미해졌다. 이젠 공론화를 거쳐 30년 또는 50년 빈도인 방재시설 기준을 100년 빈도로 강화해 집중 투자할 때가 됐다. 서울시는 100년 빈도 폭우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 저장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정책이 중요하다. 집중호우에 취약한 해안가에 아파트 허가를 내주고 예산을 들여 방파제까지 세워주는 식의 행정은 그만할 때도 됐다. 오는 20일까지 PK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지고 산사태 위험이 커졌다. 민관 모두 안전관리에 각별히 신경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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