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만남, 서울팅’…질색과 환영 사이 [슬기로운 기자생활]

손지민 기자 2024. 7. 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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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들은 질색하고, 60대들은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 하고 의견이 너무 극명하게 갈리니 참."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내놓았던 '이 정책'은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에 직면해 백지화됐다.

당시 서울시를 출입하며 '이 정책'의 추진 배경이 궁금해 여러 공무원을 만나 물었다.

'이 정책'은 서울시가 미혼남녀의 만남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청년 만남, 서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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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의 청춘 남녀 만남행사 ‘솔로몬(Solo Mon)의 선택’. 성남시 제공

손지민 | 인구복지팀 기자

“20대들은 질색하고, 60대들은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 하고… 의견이 너무 극명하게 갈리니 참….”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내놓았던 ‘이 정책’은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에 직면해 백지화됐다. 당시 서울시를 출입하며 ‘이 정책’의 추진 배경이 궁금해 여러 공무원을 만나 물었다. 그중 한 공무원이 ‘이 정책’을 추진하며 의견을 수렴해보니 세대별로 반응이 갈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예상은 했다”며 “그래도 저출생 해결을 위해 뭐라도 해보려는 직원들의 의지를 고려해 추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서울시가 미혼남녀의 만남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청년 만남, 서울팅’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미혼남녀 만남 정책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몇백명의 청년들이 몰려 경쟁률이 높았으며, 만남 행사에서 몇개의 커플이 성사됐다는 내용이다. 행사 자체는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정책을 ‘저출생 대책’이라 할 수 있을까. 저출생의 주요 원인은 결혼하지 않으려 하거나, 결혼 뒤 삶을 제대로 꾸려가기 어려워 포기하는 사람들이지 ‘결혼이 하고 싶은데, 눈 씻고 찾아봐도 내 주변에 이성이 없다’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연애가 곧 결혼이고, 결혼이 곧 출산으로 이어진단 연결고리도 시대착오적이다. 연애만 하는 커플도, 결혼만 하는 부부도 많아진 지 오래다. 최근 몇년간 남녀 만남 행사와 비슷한 온갖 연애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인기를 끌어 ‘온 나라가 연애에 푹 빠졌다’는 소리까지 나왔지만, 출산율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는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지인도 있었다. 지자체가 주선하는 만남이 곧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단 담보도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공공이 서류를 받고 뽑기 때문에 마치 ‘안전한 만남’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서류에 적힌 대학, 직장 등으로 ‘좋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책 결정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라 자축하는 사이, 정책 대상자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취재를 하며 만난 한 30대 중반 미혼 남성은 “마치 나라가 청년을 가축 다루듯이 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고 말했고, 한 30대 초반 여성은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정책을 저출생 대책이라며 들고나오니 오히려 반발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스웨덴 출장 당시 만난 30대 스웨덴 남녀와 공무원들에게 미혼남녀 만남 행사에 대해 물으니, 모두 고개를 갸웃하며 “남녀의 만남은 개인의 사생활이고, 국가는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낯이 뜨거워졌다.

정부가 저출생을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나섰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겠단 뜻이 특정 집단이 반대하더라도 아이 낳고 싶지 않게 만드는 구조를 뜯어고치겠단 의미가 아니라, 미혼남녀 만남 행사처럼 많은 자원을 투입해 단 1명의 아기라도 낳게 하겠단 의미라면 앞으로가 더 암담하다. 전국의 비슷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에서 맺어진 부부가 아이를 낳았단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겨우겨우 1명의 아이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이 정책의 ‘성과’일까. 올해 정부는 그동안의 저출생 대책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지자체의 요란한 홍보만 보지 말고, 엄밀하게 저출생 대책을 평가해주길 바란다.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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