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漢江) 한자 표기, 한강(韓江)으로 바꾸자 [왜냐면]

한겨레 2024. 7. 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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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한강 전경. 연합뉴스

심백강 | 역사학 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한강의 기적’이란 말에서 한강은 한국을 대표하는 강임이 드러난다. 한강은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상징적인 강일 뿐 아니라 세계 6대 강국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젖줄이기도 하다.

역사상 두 개의 한강이 있다. 중국 산시성에서 발원하여 장강과 황하 사이를 흐르며 한족의 모태가 된 것이 한족의 한강이고, 만리장성 밖 발해 유역에 위치하여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의 젖줄이 되어준 것이 밝족의 한강이다.

고대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 해내서경에 ‘맥국은 한수(漢水)의 동북쪽에 있다. 연나라와 가까운 지역으로 연나라에 의해서 멸망하였다’라고 나온다. 진나라 곽박(276~324)은 주석에서 ‘지금의 부여국이다. 즉 예맥의 옛 땅으로 장성의 북쪽에 있다’고 하였다. 산해경에서 말한 맥국이 곽박이 생존했던 동진 시대에는 부여국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그 부여국은 만리장성 북쪽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맥족의 나라 부여국은 동진 시대까지도 만리장성 밖 예맥족의 고토 한강 유역에 건재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반도에 한강이 출현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만리장성 북쪽에 있던 부여의 직계인 백제가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그때 강 이름도 함께 가져온 것으로 본다. 고려 때까지 서울의 한강은 백강(白江) 즉 우리말로 밝강이었다. 그 근거를 1103년 송나라의 손목이 고려의 어휘 약 360여개를 수록하여 펴낸 ‘계림유사’ 가운데 ‘백을 한이라고 한다’(白曰漢)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밝달족으로 밝강(白江)을 한강(漢江)이라 음차 표기했던 것이며 한족의 한강이란 의미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청와대 뒷산 북한산을 일명 백악산이라 했던 것도 그 하나의 예다.

그러나 근세 조선이 중국에 사대하면서 밝강의 의미는 사라지고 한강은 한성, 한양 등과 함께 사대적인 의미로 변질하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강의 본래 의미와, 한강이 고려 때까지 밝달강으로 불려왔다는 지난 역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 국민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전 현직 대통령들 가운데 외국 지도자로부터 서울의 한강이 왜 한강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답변할 대통령이 과연 있는가. 명색이 대통령이 수도 서울에 있는 강 이름의 의미조차 모른다면 국가적 수치 아닌가. 그렇다고 중국 한족 한자를 뜻으로 풀어서 한강을 설명한다면 사대주의 잔재를 보여주는 꼴이니 더욱 국가적 큰 망신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문화적으로 한류를 통해 세계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이, 의미상 한족의 강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명칭을 더 이상 한국을 대표하는 강 이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까. 우리 민족이 고려 때까지 수천년 동안 사용해왔던 밝달강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종래 사용해오던 이름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에 적응하기까지 다소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한복(漢服)을 한복(韓服)으로, 한의(漢醫)를 한의(韓醫)로, 한약(漢藥)을 한약(韓藥)으로 표기를 바꾼 전례가 있으므로 여기에 발맞추어 한강도 한족의 한(漢)자를 한국의 한(韓)자로 표기만 바꾼다면 명칭을 변경하는 데 따른 국민적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가 지금 국가명칭을 고려나 조선이란 이름을 사용하면서 강 이름을 한강(韓江)으로 표기한다면 걸맞지 않겠지만, 국명이 한국이고 한국의 대표적인 강이 한강이므로 한국(韓國)이란 한자를 써서 한강이라 표기하는 것은 백번 합당하다.

그리고 지금 북한에서 사용하는 조선이란 국명은 단군의 고조선에 뿌리를 두고 있고, 남한에서 사용하는 한국이란 국호는 환웅의 환국에 기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원을 삼한(三韓)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한의 한국은 중국의 삼국시대에 등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3000년 전 서주 시대 허베이성 북쪽에 있던 예맥족 한국, 또 4000년 전 중국 하(夏)나라를 멸망시키고 발해 유역에 세운 한착(韓浞)의 한국과 맥이 연결되고 더 올라가면 환웅의 환국에 가서 닿는다. 조선과 한은 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명칭이지만 특히 한은 환웅의 환국과 맥이 닿기 때문에 조선보다도 정통성이 더욱 강하다.

지금 한족의 한자를 써서 표기하고 있는 한강을 한국의 한자로 글자를 바꾸어 표기하는 것은 상징성, 역사성, 현실성 등 여러 가지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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