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티는 이제 시작?"…금리 인하시 폭등 가능성, 버블 커질 듯
AI(인공지능) 수혜주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버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면 자금이 증시로 쏠리면서 AI 수혜주가 포물선 모양으로 폭등해 버블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AI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늘고 있지만 AI로 인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기대만큼 크지 않아 AI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는 1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완화적 발언에 힘입어 3대 지수 모두 1% 이상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2.7%, AMD가 3.9%,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0% 오르는 등 AI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개인들의 자산만 약 50억달러를 운용하는 웰스 컨설팅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짐 워든은 최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랠리를 놀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강화되며 기술주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금리가 인하되면 2022년 10월 미국 증시 바닥 때 증시에서 MMF(머니마켓펀드)와 채권 등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의 상당액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며 FOMO 심리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촉매가 연준의 금리 인하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면 모든 주식이 다 올라갈 수 있다"며 탄탄한 매출 기반과 이익 창출 역량을 갖춘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주뿐만 아니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비우량 기업의 주가까지 일제히 다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든은 "증시 전반이 일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이는 2021년 증시 고점 때나 1999~2000년 닷컴 버블 때처럼 기술적으로 나쁜 징조"라며 금리 인하가 AI 수혜주를 중심으로 버블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낙관론을 이끌어온 AI 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두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짐 코벨로는 AI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AI 기술이 수익성이 있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AI 혁명의 핵심 전제 자체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AI가 우리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인터넷과 노트북, 휴대폰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어디서든 전화하고 쇼핑하고 컴퓨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을 감안하면 AI가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코벨로는 또 기업들이 향후 몇 년 동안 AI와 관련된 자본 지출에 1조달러를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AI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I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의 주식 리서치팀은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AI 경쟁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하는 FOMO가 큰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은 데이터센터에 매년 6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2026년까지 매년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200억달러로 투자 예상액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닷컴 열풍이 불 때 기업들이 광케이블을 대거 설치했던 것처럼 대형 기술기업들은 지금 AI 인프라에 과도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센터의 추가 용량은 기존 인터넷은 물론 챗GPT 정도의 사용자 기반과 입력 수요를 갖춘 1만2000개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까지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씨티그룹의 전략가팀은 AI 수혜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가 과열돼 있다며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에 대해서는 차익 실현을 권고했다.
특히 주요 AI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잉여 현금흐름 성장률에 대한 월가의 전망치 중 가장 관대한 전망치와 비교해봐도 주가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AI 혁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는 미국에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향후 10년간 0.5%에 그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0.9%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선진국 GDP가 향후 10년간 AI와 자동화로 최대 3.4%포인트 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며 AI 수혜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AI 랠리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FOMO 심리로 주가가 폭등할 수도 있다. 원래 가장 급격한 상승세는 버블 막바지 때 나타난다. AI 버블이 금리 인하로 본격화한다고 가정한다면 AI 수혜주 상승세는 이제부터가 본게임일 수 있다.
현재 주가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지표들은 고평가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 증시의 역사를 보면 고평가된 주식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적정 수준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AI 수혜주가 없는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버블이 터지기 전에는 탈출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FOMO에 휩쓸려 추격 매수에 들어갈 것인가, 쉽지 않은 결정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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