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문자로 덮이고 막말까지, 이런 전대 왜 봐야 하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길을 잃었다. 4·10 총선 참패로 소수당으로 전락한 여당 전대라면 응당 민의를 성찰하고 쇄신을 다짐해야 하지만, ‘김건희·한동훈 문자’로 악다구니하더니 이젠 막말로 치닫고 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전대를 하고, 국민들이 한심하고 화나는 이런 전대를 왜 보고 있어야 하는가.
당대표 선거는 한동훈 후보가 한발 앞서 나가고,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가 뒤쫓는 구도로 시작됐다. 한 후보를 겨냥한 ‘배신의 정치’ 논쟁으로 전대가 예열되더니, 이제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당시 비대위원장인 한 후보에게 보낸 ‘명품백 사과’ 문자메시지 공방으로 덮이고 있다. 원·나·윤 후보는 김 여사 문자를 무시한 한 후보가 총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세운다. 당 주류인 친윤계 지지를 받는 원 후보는 급기야 한 후보에게 “총선 고의 패배”라고 공격하고, 한 후보는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라며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졌다.
원 후보는 11일에도 한 후보를 향해 비례대표 사천 의혹,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 운영 의혹, 측근의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등을 제기하며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겠냐”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노상방뇨하듯이 오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라고 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가 과도한 비난전을 우려하면서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사생결단식 난타전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공당의 대표를 뽑는 일은 정당 내부 경쟁이다. 하지만 당원들만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후보들의 비전과 구상을 밝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총선 참패 직후 열린 이번 전대에서 뼈를 깎는 반성이 나오고, ‘여의도 출장소’ 소리 들은 당정관계를 어떻게 환골탈태할지 주목했다. 하물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존재감을 회복해야 할 집권여당 아닌가. 그러나 전대에서 당의 진로나 쇄신 논의는 실종됐다. 상대 헐뜯기, 제 살 갉아먹기, 대통령 부부와의 거리 재기로 시간 허비하는 걸 보면 당이 정말 위기라고 느끼는 건지 고개를 젓게 된다.
전대가 이렇게 ‘진흙밭의 개싸움’ 식으로 가면, 누가 당대표가 된들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여당이 국민들을 이렇게 우습게 여겨도 되는 것인가. 전대는 2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대가 조속히 정상 궤도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민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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