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다정해…이해인 수녀가 모은 소중한 보물 글창고

조봉권 기자 2024. 7.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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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와 여우가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이해인 수녀는 수녀원 안에 있는 해인글방에서 시를 쓰고 손님을 맞이하고 편지를 부치고 편지를 받으며 선물을 보내고 기도한다.

시인으로서, '이해인 수녀님(이렇게 불러야 마음이 편해진다)'의 글은 맑고 간결하며 솔직하고 천진하고 다정하다.

이해인 수녀는 이번 책 '소중한 보물들'에서 '방명록'도 보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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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사진 정멜멜/김영사/2만2000원

- 올해로 수녀원 입회 60주년
- 찾아온 이들이 남겨준 방명록
- 따뜻한 사연 담긴 손편지 등
- 위안 주고 받은 글, 책에 담아

어린 왕자와 여우가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저 거친 사막 어딘가에 맑은 샘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사막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이해인 수녀는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에서 해인글방에서 찍은 이 사진을 싣고, 자신을 기쁨 발견 연구원으로 소개했다. 정멜멜 사진·김영사 제공


부산 수영구 광안동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순하고 낮은 언덕에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있고 많은 수녀님이 거기서 세상과 삶을 더 좋게 가꾸고자 기도하고 수도한다. 그중 이해인 수녀·시인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친근하게 여기며 좋아한다. 이해인 수녀는 수녀원 안에 있는 해인글방에서 시를 쓰고 손님을 맞이하고 편지를 부치고 편지를 받으며 선물을 보내고 기도한다.

1945년생인 이해인 수녀는 1964년 수녀원에 입회했다. 올해로 수녀원에 입회한 지 60주년을 맞이했다. 때마침 이해인 단상집이라는 새 책이 새로 나왔는데, 제목이 ‘소중한 보물들’이다. 평생 광안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만 살다시피 한 그의 보물은 뭘까.

시인으로서, ‘이해인 수녀님(이렇게 불러야 마음이 편해진다)’의 글은 맑고 간결하며 솔직하고 천진하고 다정하다. 읽는 이를 위로한다. 독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다지게도 한다. 황창연 신부님의 웃음 끊이지 않는 명강연, 법륜 스님의 죽비 소리 나는 즉문즉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이불 같고 산들바람 같은 묘한 힘이 그의 시와 글과 선물에는 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이래 ‘이해인 수녀님’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사막 속 샘 같은 존재가 됐다.

김진숙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가 이해인 수녀에게 남긴 방명록.


이해인 수녀는 이번 책 ‘소중한 보물들’에서 ‘방명록’도 보물로 꼽았다. 그러면서 정멜멜 사진가가 찍은 방명록 사진을 책에 실었는데 얽힌 내용은 이렇다. “2023년 1월 22일 설날, ‘소금꽃나무’ 저자 김진숙 님이 글방에 찾아왔다. 골리앗 크레인 고공 농성 309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밥을 올려준 황이라 님과 함께였다. … 지금 암 투병 중인 소박한 아우 김진숙 님. 집으로 돌아갈 때 방명록을 남겼다. 김진숙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의 방명록을 읽어보자.

“스물여섯 살에 해고되어 벌판에 홀로 선 듯 외롭고 막막할 때 수녀님의 시가 큰 위안이었습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평생의 꿈이던 복직을 이루고 드디어 수녀님을 뵙네요. 삶의 고비마다 따뜻하게 안아 … 너무 고맙습니다. 수녀님.”

이 책에는 숱한 사람이 수녀님께 편지를 보낸다. 이해인 수녀가 보내준 편지와 시에서 힘을 얻어 자살할 마음을 던져버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한 사람부터, 이해인 수녀가 암으로 투병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타까워하며 거듭 위로를 전하는 독자도 있다. 그는 지난해 국제신문에 달마다 한 번 칼럼 ‘기도의 창가에서’를 썼다. ‘소중한 보물들’에는 그때 독자에게 편지 보내듯 썼던 그 칼럼 내용도 녹아들어가 있다.


“어느 날,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민들레, 흰 구름, 흰 나비, 바다를 좋아한 한 수녀가 부산 광안리 어딘가에 해인글방을 차려놓고 시를 쓰며 문서선교를 했지. 종파를 초월해 많은 이와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며 사랑을 받았지’ 정도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200쪽) 책 말미에는 자신이 쓴 시 열 편을 가려 뽑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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