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만 즐기던 아이스크림, 콘 덕분에 이룬 대중화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7.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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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우리는 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자석처럼 끌린다.

길을 걸으면서도 손으로 들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콘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는 유리잔에 담아 부자와 귀족들이 즐기던 아이스크림이, 누구나 길을 걸으면서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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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최경남 옮김/안희태 그림/레몬한스푼/1만9500원

- 서빙 접시 없어 난감한 상황서
- 과자 요리사가 콘 만들어 대박
- 실수와 우연한 발견이 탄생시킨
- 우리가 사랑하는 48가지 음식들

무더운 여름, 우리는 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자석처럼 끌린다. 길을 걸으면서도 손으로 들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콘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젤라또는 로마 제국 귀족들의 풍성한 연회를 위해서 눈 꿀 과일을 사용해서 만들어졌다. 이후 피렌체의 귀족은 우유 버터 달걀을 넣었다. 파리의 카페 ‘르 프로코프’에서 마침내 초콜릿과 과일 설탕 와인 등의 혼합물을 얼리고 갈아서 만든 그라니타를 넣었다.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클릭아트


부자와 귀족들은 시종의 서빙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접시와 유리잔,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즐겼다. 일반 대중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1904년 7월 미국 중서부의 미주리주에서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방문객들은 가득 찼고 날씨는 찌는 듯 무더웠으나 당시로서는 여전히 신문물이었던 아이스크림 부스는 인산인해였다. 결국 서빙용 접시가 동나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바로 옆에 제과 부스가 있었다.

시리아 출신의 과자류 요리사였던 어니스트 함위는 그 북새통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는 웨이퍼(우유 설탕 밀가루 향료를 넣은 반죽)를 구운 과자인 잘라비아를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잘라비아를 콘 모양으로 만들어 아이스크림을 넣고 손으로 잡을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있던 아이스크림 판매업자를 위기에서 구했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만족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는 유리잔에 담아 부자와 귀족들이 즐기던 아이스크림이, 누구나 길을 걸으면서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태어났다. 아이스크림의 민주화, 아이스크림으로 실현한 사회 평등의 순간이었다. 서빙용 접시가 동나서 아이스크림 판매업자가 절망한 사건이 없었다면, 아이스크림콘의 탄생은 더 늦어졌을까?

이탈리아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오스카 파리네티가 쓴 ‘세렌디피티’는 우리가 사랑 하는 음식을 둘러싼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음식·식재료의 탄생과 발견 이야기다. 실수 같은 뜻밖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으로 탄생한 다양한 브랜드 이야기를 통해 20·21세기 세계 경제가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했는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들려준다.


처음에는 약으로 만들었으나 맛이 너무 좋아 음료수로 재탄생한 코카콜라를 비롯해서 실수와 우연한 발견이 버무려진 48가지 미식 탐험이다. 전설과 구전, 험난한 여정의 가족사, 상업화의 배경과 과정, 입맛 돋우는 레시피가 곁들여진다. 전 세계 최고의 식품 생산자, 셰프, 과학자, 파티시에, CEO와의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인터뷰가 이 책에 맛과 멋을 더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인류의 끝없는 탐구심과 실수 결점 실패가 종종 성공의 필수 요소라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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