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나몰라라… HBM 인질로 잡고 "임금인상" 생떼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

김준석 2024. 7. 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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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파업' 강행한 전삼노
노조원 임금만 차등인상 요구
명분 잃고 내부갈등만 부추겨
삼성, AI칩 경쟁서 후퇴 우려
무노조 TSMC는 깜짝 실적
뉴스1
삼성전자의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글로벌 반도체 격전의 엄중한 시기에 무기한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투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측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노조원 임금의 차등인상을 요구하면서 이미 임금인상에 합의한 다수의 일반 직원과 내부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칩워' 비상사태에 '내부 총질'

전삼노 지도부는 11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생산라인을 찾아 총파업 동참을 촉구했다.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1차 목표로 제시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가동중단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8인치 라인은 레거시(성숙)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으로,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미세공정에 비해 인력 의존도가 높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8인치 라인은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인원이 빠지면 라인을 세울 수 있어 첫 타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차질로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이후 활동 위치는 전략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인데 사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인 HBM에 '몰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고, 승리를 당길 수 있는 키"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격화되는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 놓인 삼성전자의 현실을 집요하게 공격하려는 의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수는 "HBM은 범용메모리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라 고객사의 신뢰도가 중요한데, 노조가 HBM 생산차질까지 외치면 믿고 맡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HBM) 제품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HBM 생산차질이 빚어질 시 선두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 오히려 '만년 3위' 마이크론에 추격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전삼노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가동도 멈출 것을 경고했다. TSMC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9일 EUV 기반의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주 소식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무노조' TSMC는 달리는데

2·4분기 깜짝 실적을 내며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것과 달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증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1987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 중이다.

TSMC는 최근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2661억5400만대만달러(약 53조7736억원)를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28%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로부터 AI 열풍에 따른 파운드리 주문이 급증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다른 제조업에 비해 '노조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보기에 TSMC의 약점인 지진·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생산차질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가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노조의 총파업을 삼성전자의 악재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43.9%와 36.7%를 차지하고 있어 생산차질 시 반도체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교대로 가동되며 자동화 비율이 높더라도 점검과 유지보수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의 생산라인이 멈추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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