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먹사니즘’ 첫 방향이 왜 부자감세인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제1야당 대표가 표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하면 ‘부자 감세’이고, 민주당이 하면 ‘민생 정책’인가.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 상태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종부세에 관해서도 “불필요하게 갈등과 저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른바 ‘먹사니즘’을 당대표 연임 도전의 최대 이유이자 목표로 내세웠다. 이 전 대표는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라고도 했다. 민생과 성장을 제1야당의 최대 현안으로 중시하겠다는 이 전 대표 의지는 존중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미래 산업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얘기하는 먹사니즘의 첫 방향 설정이 왜 부자 감세인지는 의아하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을 초과하는 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걷는 세금이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증권거래세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투세 유예로 연간 9808억원의 세수가 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종부세액의 70%는 상위 1%가 냈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1인당 평균 830억원대였다. 2021년 7조3000억원인 종부세액은 공시가격 하락과 공제 확대로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주지하듯 윤석열 정부는 감세로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나고 자영업자나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를 그대로 본떴다. 그러나 내수는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빈부 격차만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감세 정책으로 지난해 6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났고, 올해 5월까지 나라 살림살이 누적 적자가 74조원에 이른다.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써야 할 국가 재정이 부실한 상황에서 감세와 민생은 양립 불가능하다. 이 전 대표의 감세론과 먹사니즘도 지금으로선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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