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태극기 재검토, 여론수렴 없는 ‘불쑥’ 방식 반복 말아야
한겨레 2024. 7.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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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시민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자 물러선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6·25 관련 행사에서 난데없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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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시민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자 물러선 것이다. 오 시장은 올해 초에도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다가 불교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사실상 접은 바 있다. 시민의 뜻을 존중하는 시장이라면 더 이상 이런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6·25 관련 행사에서 난데없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에서 활약한 참전용사 7명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였다. 110억원을 들여 서울 중심부를 장식하는 사업인데도 공론화 과정은 전혀 없이 일정까지 제시했다. 애국주의 분위기에 편승해 보수층에 구애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만들며 지원에 나섰다.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 시장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국가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이곳엔 세종대왕상, 이순신장군상, 경복궁 등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차고 넘친다. 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토론하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거대한 상징물을 세워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다.
무엇보다 오 시장의 구상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서울시가 밝힌 ‘2025년 5월 착공, 2026년 2월 완공’ 사업 추진 일정을 보면 광화문 국기 게양대는 2027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의 유력한 여당 후보 중 한명이다. 시민의 광장을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는 게 당연하다.
오 시장은 올 초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자,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에 오 시장은 “(건국전쟁이) 상영되고 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 혹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지금은 개발 시대가 아니다. 또 시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운영해선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시민들이 ‘100m 태극기’와 같은 소동을 또다시 겪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오 시장은 지난달 6·25 관련 행사에서 난데없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에서 활약한 참전용사 7명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였다. 110억원을 들여 서울 중심부를 장식하는 사업인데도 공론화 과정은 전혀 없이 일정까지 제시했다. 애국주의 분위기에 편승해 보수층에 구애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만들며 지원에 나섰다.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 시장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국가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이곳엔 세종대왕상, 이순신장군상, 경복궁 등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차고 넘친다. 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토론하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거대한 상징물을 세워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다.
무엇보다 오 시장의 구상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서울시가 밝힌 ‘2025년 5월 착공, 2026년 2월 완공’ 사업 추진 일정을 보면 광화문 국기 게양대는 2027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의 유력한 여당 후보 중 한명이다. 시민의 광장을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는 게 당연하다.
오 시장은 올 초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자,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에 오 시장은 “(건국전쟁이) 상영되고 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 혹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지금은 개발 시대가 아니다. 또 시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운영해선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시민들이 ‘100m 태극기’와 같은 소동을 또다시 겪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서울시의회가 ‘열린광장운영위 심의를 거치지 않아 졸속 행정’이라는 애초 사설 내용에 대해 ‘광화문광장에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둔 조례를 신설했을 뿐 열린광장운영위 심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알려와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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