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VIP, V1, V0
VIP는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로 귀빈이나 중요한 사람을 뜻한다. VIP보다 한 단계 높은 극소수를 뜻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도 있다. VIP나 VVIP는 소수 부유층을 겨냥한 마케팅 용어로 자주 쓰인다. 백화점·은행 등이 연간 소비·거래가 일정액을 넘는 고객에게만 별도 이용 공간이나 특별한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한국 공직사회에서 VIP는 대통령을 지칭한다. 대통령 지시를 곧잘 ‘VIP 지시사항’이라고 내려보내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조직의 정체성을 “VIP께 절대충성하는 친위조직” “VIP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조직”으로 규정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VIP라는 말이 수차례 등장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은 ‘VIP 격노설’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군 검찰에 낸 진술서에 그 대목이 있다. 박 전 단장이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오늘)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도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박 전 단장이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거듭 묻자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통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다. 그는 지난해 8월9일 A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과 관련해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이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구명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이 전 대표는 ‘VIP는 김계환 사령관’이라고 해명했다. 해병대 사령관을 VIP라고 하는 건 처음 듣는다. 3성 장군이 VIP면 대통령은 VVVIP쯤 되려나. 여의도 정가에선 V1, V0라는 말도 나돈다. 대통령을 칭하는 VIP를 V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데, 윤 대통령이 V1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그보다 앞선 V0 아니냐고 빗대는 것이다. V 이야기가 커지고 길어질 듯한 여름이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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