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안 가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 확 바꾼다…일반병상 최대 15% 축소

송혜영 2024. 7.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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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부가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일반병상을 축소하는 등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공급·이용체계를 확 바꾼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오는 9월부터 무리한 병상 확제를 억제하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한 만큼, 이제는 국민과 의료현장이 바라는 의료개혁 논의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며 “의료개혁 특위도 근본적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여, 구체적 개혁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의료기관 종류별 역할과 기능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변화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의 마중물로 삼아 '혁신적 의료공급·이용체계 확립'을 우선 개혁과제로 정하고, '지속가능한 진료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을 마련했다.

우선 현행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중증.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반영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에 대해서도 최초로 시범 수가(당직 수가)를 도입해 보상한다.

또 진료협력병원을 지정해 상급종합병원과의 시너지도 높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환자 중증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도록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다.

상세한 의사 소견과 진료기록이 첨부된 전문적 진료의뢰 절차를 강화하고,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회송한다. 필요한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대기 없이 이용(패스트트랙)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한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규모 확장보다는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한 적정 병상을 갖추도록 개선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수, 중증 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3년) 안에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력 체계도 개선한다. 전공의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의 진료체계로 바꾼다. 중증 환자 치료역량을 제고를 위해 의사, 간호사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한다. 전문의와 진료 지원 간호사 팀 진료 등 업무를 재설계해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 진료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환자와 의료기관 간 분쟁에 대헤선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 방향'을 내놓고 현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사고를 예방하고자 의료기관에 설치하게 돼 있는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위원장을 병원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망 등 중대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줄이도록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또 사고 초기부터 피해자 관점에서 상담하고 도움을 주는 '환자 대변인제'(가칭)를 신설하는 등 조정 과정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노 위원장은 “오늘 논의한 지속 가능한 진료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은 의료계도 중요성을 공감하는 핵심 개혁과제인만큼,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과감한 추진방안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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