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호 디렉터 "민트로켓 게임은 꼭 재밌다는 신뢰 쌓겠다"
넥슨 산하 스튜디오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는 국내 콘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데이브는 콘솔 게임 불모지 한국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음을 알린 신호탄이다.
데이브는 지난 2023년 6월 28일 정식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스팀 플랫폼 리뷰가 5만 개가 넘는데도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유지했고, 메타 크리틱은 90점을 받았다. 국내 게임 최초 MUST PLAY 배지를 획득하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내 유저들도 "한국도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구나"하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뒤를 이어 훌륭한 콘솔 게임이 국내에서 여럿 탄생했지만, 가장 센세이셔널한 작품은 역시 데이브다.
데이브의 정식 출시 후 약 1년이 지났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싱글 플레이 콘솔 게임인데 꽤 이례적인 행보다. 각종 콘텐츠부터 '드렛지', '고질라' 등 유명 IP와의 컬래버레이션까지 흡사 라이브 서비스 게임처럼 활발하다.
출시 때부터 개발진은 데이브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발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개발에 임하고 있을까. 게임톡은 데이브 1주년을 맞이해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 디렉터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게임업계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 개발자다. 넥슨코리아 'BNB' 중화권 PM과 넥슨 아메리카 '마비노기 영웅전' 북미 PM을 거쳐 네오플 '이블 팩토리' 및 '고질라 디펜스 포스' 디렉터를 역임했다. 이후 다시 넥슨코리아로 돌아와 데이브 더 다이버 지휘봉을 잡았고, 현재는 민트로켓의 수장이 됐다.
Q. 데이브는 국내 콘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란 평가를 받았다. 1년 동안 어느 정도의 실적을 거뒀는가?
지난 1주년 영상에서 패키지 판매량을 확인하기 어려워 '아마' 400만 장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확인해 봤더니 그 사이 400만 장은 확실히 넘겼더라. 소니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모 집계 사이트에서 현재까지 '스트레이', 'GTA5'에 이어 PS플러스 엑스트라 구독 게임 역대 3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플레이스테이션은 트리플 A 게임 중심의 플랫폼이라 생각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은 단순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저들을 위해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즐겨 주셨다. 2개의 GOTY를 포함해 5대 시상식에 모두 후보로 올라간 것 역시 엄청난 영광이었다.
Q. 메타크리틱 90점, 누적 판매 400만 장 돌파, 스팀 어워드 등 사실상 국내 게임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업적을 이뤘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이 정도 성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되면 좋겠다"보단, "어떻게 잘 만들까"만 생각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정말 많은 유저분들의 사랑을 받아 감사한 마음이다. 동시에 애정이 담긴 피드백을 받으면서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정신이 없이 개발하고 있다.
출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뭘 잘했는지 생각해 봤다. 게임 자체의 매력도 분명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발과 사업, 커뮤니티, 사운드 등 모든 부서가 하나로 뭉쳐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아낌없이 열정을 쏟은 점이 주효했다.
개발팀의 열정과 노력을 회사에서도 주목해 줘서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민트로켓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올해부터 맡게 됐다. 데이브 성공을 더 구조화하고, 다른 게임이 우리가 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탄탄한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데이브의 순조로운 확장뿐 아니라 향후 "민트로켓에서 나오는 게임은 반드시 재미있다"라는 신뢰를 만드는 게 목표다.
Q. 닌텐도 버전 출시 당시 인터뷰에서 컬래버레이션 외에 정규 DLC 업데이트를 예고했는데,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가?
올해 초부터 준비는 하고 있는데, 여러 컬래버레이션 건과 플레이스테이션 버전 출시 등으로 인해 작업이 늦어졌다. 제가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시스템 초안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동안 너무 바빠서 진도가 못 나갔다.
최근 1주년 업데이트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벤트 성으로 진행했던 컬래버레이션과 달리 게임의 정규 스토리 확장이기 때문에 볼륨도 크고, 개발 시간도 꽤 걸린다. 그 사이에 정규 DLC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본편에 지속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Q. DLC의 업데이트 방향성을 설명 부탁드린다.
큰 틀에서 두 가지 다른 방향성이 있다. 본편에 포함되는 컬래버레이션 형태의 DLC는 볼륨은 적더라도 IP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는 형태로 잡았다.
스토리 DLC의 경우는 유료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 데이브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새로운 지역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데이브2까지는 아니고, 대략 1.5 정도로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다.
Q. 과거 중단한 모바일 버전을 다시 내놓을 계획은 없는가?
그 때 버전을 아직 갖고 있어서 가끔 해본다. 개인적으로 지금 버전이 훨씬 재밌다. 여러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동일하게 제작할 수는 없지만, 이번 '니케' 컬래버레이션 미니 게임을 보니 생각보다 모바일로도 플레이할 만하게 느껴졌다. 모바일 포팅은 추후 기회가 되면 해볼 만한 것 같다.
Q. '니케'와는 장르적으로 예상하기 힘든 컬래버레이션이었다. 협업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
니케와의 컬래버레이션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코스튬이나 데이브 테마의 간단한 미니 게임 정도 추가라고 생각했다. 예상과 다르게 니케 측에서 처음 요청한 리소스가 거의 게임을 통째로 만드는 수준이어서 놀랐다. 이 리소스를 "참고용으로 쓰시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전달했는데, 만들어진 빌드를 보니 완전 데이브 모바일 버전 수준이었다.
그 때부터 "이분들 미니게임에 진심이구나"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여러 의견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데이브를 담당하시는 프로그래밍 팀장이 니케 덕후인데, 본인이 만든 게임이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묘한 기쁨을 느껴서 재밌었다.
Q. '블루 아카이브' 미식연구회 부원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희망한 바 있다. 진척이 있나? 혹시 다른 넥슨 게임과의 협력도 진행되고 있는가?
지난 쇼케이스에서 언급했듯이 '메이플스토리'에 참전할 예정이다. 둘 다 도트 게임이라서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이 밖에도 넥슨 게임들과 느슨하게 얘기 중이다.
팀에 블루 아카이브 팬도 많고, 게임상의 접점을 만들 여지가 있어 여전히 해보고 싶은 기획이다. 다만, 컬래버레이션은 아무래도 양 팀의 타이밍과 니즈가 맞아야 해서 아직은 진척이 없다.
Q. 실제 초밥 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하는 게이머가 꽤 많다.
이런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은 정말 해보고 싶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굿즈나 이벤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진출보단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매력을 올리는 게 개발팀의 우선순위다. 물론 초밥 게임인 만큼 현실 음식점에서 데이브 에디션의 요리를 볼 수 있으면 엄청 뿌듯할 것 같다.
Q. 인생 게임이 있다면 무엇인가? 평소 즐기는 게임도 궁금하다.
프롬소프트웨어의 미야자키 대표가 최근 JRPG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 역시 어릴 적 '마더' 시리즈나, '천외마경' 같은 게임에 푹 빠져 자란 세대라 언젠가 그런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용과같이' 시리즈를 매우 좋아한다. 데이브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도 많이 참고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용과같이도 JRPG가 됐다. 은밀한 취향을 하나 더 밝히자면 우주 곤충을 박멸하는 '지구방위군' 시리즈를 아주 좋아한다.
Q. 데이브 음악 호평이 자자하다. 다른 넥슨 게임처럼 오케스트라 등 오프라인 음악회를 열어볼 계획이 있는가?
오프라인 이벤트나 행사 참여를 진행하지 않는 편이다. 아직 다른 넥슨 게임들처럼 팬 층이 두텁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한 점도 있고, 관련 경험도 없는 탓이다. 다만, 오프라인 행사로 유저들과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도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형태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려고 한다.
Q. 넥슨은 산하 스튜디오에 자율권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트로켓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넥슨 특유의 사업 전략 외의 게임에도 기회를 주는 문화 덕분에 데이브처럼 강한 개성을 가진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 이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자율 자체가 기조가 될 순 없다. 지금 민트로켓이 해야 할 일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큰 틀에서의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Q. 황재호 디렉터를 보며 기획자 꿈나무가 더 늘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좋은 게임을 만드는 비결을 조언 부탁드린다.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릴 입장은 아니지만, 기획자가 꼭 갖춰야 하는 스킬이 있다면 객관적으로 게임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는 것이다. 자신이 만드는 게임은 이미 재미 포인트를 알고 있고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기획자라면 자신이 만든 작품이 플랫폼에서 다른 게임들과 나란히 서있을 때 눈에 띌 수 있고, 정가로 구매를 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지를 냉정한 타인의 시각으로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테스트나 얼리 액세스 등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작년을 기점으로 한국 게임들이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한국 개발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그 흐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갖고 있고, 앞으로 더 훌륭한 게임이 여러분들 손에서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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