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대신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 영상에···KTV 저작권 위반 고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 국민방송(KTV)’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설 연휴 ‘대국민 합창 무대 영상’을 더빙해 풍자 영상을 만든 제작자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가수 백자tv’는 지난 2월13일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곡’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지난 설 연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이 가수 변진섭씨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합창한 영상을 가공한 것이었다. 유튜버 겸 가수 ‘백자’는 원곡 대신 가사 곳곳을 ‘특검’ ‘구속’ ‘탄핵’ 등으로 바꿔 부른 음성을 영상에 삽입했다.
원본인 대통령 합창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KTV 측은 지난 4월쯤 경찰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백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영상을 무단 도용해 개작·변조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취지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의 영상 1건에 대한 고발도 이뤄졌다. 2007년 설립 이래 한국정책방송원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형사고소한 건 처음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세종남부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송 받아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백자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란에 “(사건이) 마포서로 넘어왔다”며 “오는 26일에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 산하기관의 공공저작물을 활용한 풍자 영상을 고소하는 건 지나친 검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법 제24조의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정책방송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튜브 콘텐츠 47건을 ‘저작권 침해(무단 도용)’ 등의 이유로 신고해왔다. 이에 따라 유튜브에서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 백자tv의 문제 영상도 업로드 5일만에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KTV 관계자는 이날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영상을 인지했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뒤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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