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몰리는 광양·청년 떠나는 부산…기업투자가 갈랐다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7. 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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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유치가 인구소멸 해법
인구증가 지방도시 전국 23곳
19개 도시선 고용률 함께 뛰어
기업 투자 몰린 광양 중마동
인구 6만명 육박 '전국 최다'
100대 기업 하나도 없는 부산
작년 1만명 일자리 찾아 떠나

◆ 일손절벽 ◆

전남 광양시 중마동 행정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광양에 정착하는 인구가 많아지며 주민들에게 행정·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중마동 공무원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2185명에 달한다. 전국 평균(112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이에 광양시는 최근 중마동을 나누는 '분동'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거주민 대다수가 분동에 찬성한다는 점을 확인한 광양시는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나섰다. 광양시 관계자는 "중마동 인구는 5만8000명에 육박하고 전국 행정동 중에선 최고 수준으로 많아 행정과 복지 서비스 효율이 낮다"며 "9월까지 분동 계획을 도출한 뒤 내년엔 조례를 바꿔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광양시가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력에 대해 고민하는 배경에는 일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전통 산업인 제철 산업뿐 아니라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2차전지 산업을 비롯해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계속되는 것이다.

저출생과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 도시 대부분이 소멸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는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도시들은 기업과 투자 유치를 통해 지역 일자리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청년들을 끌어들여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지역 투자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을 비롯한 지원을 확대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행정안전부·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수도권과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124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0년 전보다 인구가 늘어난 곳은 23곳으로 나타났다. 충남 천안·아산, 충북 청주처럼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권 9개 시군과 제주·서귀포 같은 관광도시는 물론 전남 나주, 광양과 강원 원주도 포함됐다.

인구 증가 지역의 특징은 같은 기간 고용률 역시 상승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23개 지자체 중 19곳이 10년 전보다 고용률이 최대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다소 하락한 지역 역시 강원 횡성(68.3%)처럼 60% 중반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광양은 2013년 57.2%에 불과했던 고용률이 지난해 말 기준 68.1%로 10.9%포인트나 뛰었다. 비결은 적극적인 유치 공세로 기업 투자를 끌어왔다는 점이다.

광양 국가산업단지 내 자리 잡은 포스코는 광양 동호안 용지에 4조4000억원의 투자를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광양과 그 일대에 10조원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제철뿐 아니라 2차전지를 포함한 신산업 육성의 거점으로 광양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생기다 보니 청년들도 광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인구 증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직전 2년간 만 27~34세 청년 1495명이 광양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인구 15만명의 도시에서 1%가 외지 청년들이란 뜻이다.

충북 청주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2014년 청원군과의 통합으로 지역 거점이 될 기초체력을 확보한 청주는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비롯해 신성장 산업 앵커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청주는 2014년 이후 인구증가율이 평균 0.43%로, 전국 평균(0.1%)의 4배를 웃돌았다. 청주시는 2040년까지 인구 100만명 달성을 목표로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밖에 삼성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을 품은 충남 아산, 혁신산단을 구축한 전남 나주도 일자리를 통해 전국적인 지방 소멸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반면 주요 산업이 쇠퇴하며 급격한 쇠락을 겪는 도시도 눈에 띈다. 강원 태백은 2014년 6월 약 4만8000명이던 인구가 지난달 기준 3만8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10년 새 전체의 21%가 넘게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지역 먹거리인 탄광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부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초 동남지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에 부산에서 순유출된 1만1432명 중 9939명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제2의 도시 부산에 자리한 기업은 28곳으로, 2008년(55곳)의 절반에 그친다.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부산 소재 기업은 3년 연속 한 곳도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자리 확보를 위한 발전 전략과 이를 위한 지원이 필수라고 본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인구 문제 해결은 수도권 집중 완화보다는 지방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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