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96% "올해 국시 거부"

"의대 증원 철회가 우선"
여전히 강경 입장 고수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의 90% 이상이 오는 9월 시작하는 2025년도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치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국시 추가 실시도 검토 중이지만 의대생들의 입장이 완강해 내년도 의사 배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11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생 2773명이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 3015명에게 질문해 그중 2903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다. 응답자 중 95.52%가 동의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시에 응시할 수 없다. 매년 의사 국시 응시자는 320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라면 매년 약 3000명씩 지속되던 의사 공급이 끊기게 된다.

본과 4학년 학생을 비롯한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신청 등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서고 있다. 의대생들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때도 이같이 단체행동을 벌였다. 당시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기하고 국시에 응시하지 못한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정부는 미응시자 발생을 우려해 이번에도 국시를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국시를 한 번 더 치르는 부분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철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이 선결되지 않으면 국시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시 거부는) 현 의료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는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대규모 국시 거부가 현실화하면 신규 의사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본다. 당장 내년도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병원에 인턴이 들어오지 않는다.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