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고 저공·우주경제 키우는 中…韓도 긴 안목 투자해야"
"지금 틱톡, 테무, 쉐인 같은 중국계 플랫폼이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모바일앱 인기 순위 상위권을 휩쓰는데, 이들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은 강력한 중국의 데이터입니다. 거대 인구와 최적화된 알고리즘, 자국 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글로벌에서 미 정부의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계 빅테크에 견줄 만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거죠."
홍성범(66·사진) 상해델비즈컨설팅 대표 겸 상해푸단대 객좌연구원은 "중국은 디지털 경제와 저공경제, 우주경제라는 큰 틀을 짜고 2050년을 내다보며 긴 안목으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글로벌 빅2를 이루는 중국의 움직임을 제대로 들여다 보며 한국의 혁신·변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과학기술정책 박사학위를 받은 홍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중국 과학기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STEPI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2년간 한국-상해글로벌혁신센터장으로 활동하는 등 30년 이상 중국과학기술과 혁신정책을 연구했다. 특히 기초연구·거대과학 같은 순수 과학기술 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사업화, 창업 같은 혁신산업 생태계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회를 찾도록 지원했다. 상해푸단대 객좌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상하이에 상해델비즈컨설팅을 세우고 기업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저공경제'가 중국의 새로운 미래산업 키워드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저공경제는 '저고도경제'라고도 얘기하는데, 훨씬 더 높은 고도에서 이뤄지는 우주경제와 대비되는 명칭이다. 주로 고도 1000m에서 3000m 사이 공역을 활용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술·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유·무인 항공기의 저공비행을 기반으로 여객,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관 분야와 융복합 연계 발전하는 경제 형태로, 중국에서는 이미 무인 드론을 활용한 택시, 택배 등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 저공경제는 지난해 약 96조원 규모로, 1년 전에 비해 33.8% 성장한 데 이어 2026년 19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중국은 저공경제를 2030년 300조 시장으로 키운다는 구상 하에 산업과 기술생태계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세밀한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무인기는 물론 위성측위시스템(GPS)부터 위성인터넷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해서 독자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기술 자립·자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스마트산업박람회(WIE)에는 중국 기업 샤오펑, 이항지능 등이 제조한 중국 최초의 드론카가 전시되기도 했다.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로도 불리는 '플라잉 드론카'는 1000m 이하의 공중에서 이동하며 수년 내에 보편적인 이동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 드론 제조기업 이항은 4억원대 2인승 무인기를 지난 3월부터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중국 민용항공국으로부터 양산 허가를 받고 에어택시 서비스를 위한 노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트론택배도 상업화됐다. 5G에 이은 6G 이동통신에서 위성통신이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 저공경제 생태계는 또 한번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화웨이라는 굵직한 기업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5G의 다음 단계인 5.5G 서비스를 실용화하고, 6G에도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홍 대표는 "우리가 UAM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주로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접근을 한다면 중국은 전체를 자체 기술로 구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기에다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산업생태계를 빠르게 만들고 있다"면서 "저공경제와 관련된 상장사만 280개가 넘는다"고 했다. '드론의 수도'로도 불리는 중국 남부 대도시 선전은 1700곳 넘는 드론 관련 기업이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이루며 연간 18조원의 생산 효과를 내고 있다. 홍 대표는 "물류부터 탄소섬유, 농업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생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지에서 일명 '우주경제'라고 부르는 우주개발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우주백서에서 "광대한 우주를 탐험하고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며 중국을 우주 강국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영원한 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구축,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 자체 개발한 우주선을 활용한 달탐사 등 미국에 뒤지지 않는 우주개발 경쟁력을 확보했다. 2030년대 달기지 건설, 화성 탐사, 2030년 이전 유인 우주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홍 대표는 "중국이 규모와 속도를 함께 가지며 혁신생태계를 키워가는 것은 20~3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계획을 세워서 묵묵히 투자를 이어가기 때문"이라면서 "기술 패권전쟁 시대에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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