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2차 수정안…노동계 11,150원·경영계 9,900원 제시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2차 수정 요구안으로 각각 시간당 1만 1,150원과 9,900원을 제시했습니다.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오늘(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한 2차 수정안으로 이 같은 금액을 제출했습니다.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 대비 13.1% 인상을, 경영계는 0.4% 인상을 요구한 셈입니다.

■ 노사 간 격차 '1,250원'…밤 늦게까지 회의 이어질듯

그제(9일)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1차 수정안과 비교해 노동계는 50원을 내렸고, 경영계는 30원을 올렸지만, 여전히 격차가 1,250원으로 큰 상황입니다.

앞서 노동계는 올해 대비 27.8% 인상한 시간당 1만 2,600원을,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9,860원 동결을 각각 최초안으로 제시했고, 1차 수정안으로 1만 1,200원과 9,870원을 제시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최초안을 제시한 뒤 금액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논의하며, 최종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막바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오늘 회의에서 "노사가 합의로 촉진구간을 요청하지 않는 한 공익위원은 끝까지 수정안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회의가 자정을 넘겨 11차 회의로까지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 심의 기한인 지난달 27일을 이미 2주 넘긴 상태입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역대 최장 심의를 거쳐 7월 19일에 결정됐는데, 올해도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지키려면 늦어도 다음 주에는 합의 또는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고 월 환산액은 206만 원입니다. 약 1.4%만 올라도 내년엔 '시간당 1만 원' 문턱을 처음으로 넘게 됩니다.

■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vs 경영계 "고용 감축·폐업 이어질 것"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근로자위원 측은 오늘 회의에서, 최초안 '동결'에 대한 1차 수정안으로 '10원 인상안'을 낸 사용자위원 측을 비판했습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위원장의 수정안 제출 요구에 사용자 위원들이 10원 인상을 이야기한 것은 조롱"이라며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최저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터무니 없는 수수료, 물가 폭등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사용자위원께서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한 동결안과 1차 수정안으로 0.1% 인상된 10원 인상액을 제시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 평가한다"며 "오늘 회의에서만큼은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는 현실적인 인상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공익위원들을 향해서도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목적 그리고 결정기준에 부합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우선 고려한 심의를 이끌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4년 연속 '최저임금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사용자위원 측은 현행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27.8% 인상되고 물가는 10.6% 상승했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4.5%에 그쳤다"며 "특히 1인당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1.3%가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개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노동생산성의 절대적 수준을 비교해도 우리 노동생산성은 G7 국가의 60~70%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저임금, 특히 세후 최저임금 수준은 이들 대부분 국가에 비해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근로자들의 일자리 상실과 한계 상황에 처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폐업으로 이어질 거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류 전무는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어서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하더라도 20년 전엔 잔잔한 물결이었지만 이젠 해일에 빗댈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취약 사용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먼저 고용은 유지하되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그래도 어려우면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 미만 액을 지급하려 할 것"이라며 "더 어려운 기업은 고용 직원을 감축해 키오스크로 대체하게 될 것이고 마지막 선택은 폐업"이라고 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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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