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기업 200곳 유치한 美 텍사스 주지사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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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9일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텍사스 내 주요 도시 상공회의소·경제개발공사 회장단이 포함된 방한 사절단은 간담회 내내 애벗 주지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힘을 실어줬다.
애벗 주지사가 "텍사스는 그 어느 곳보다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할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불끈 쥐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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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텍사스주(州)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들으면 투자 구미가 당길걸요?”
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9일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텍사스 내 주요 도시 상공회의소·경제개발공사 회장단이 포함된 방한 사절단은 간담회 내내 애벗 주지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힘을 실어줬다. 애벗 주지사가 “텍사스는 그 어느 곳보다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할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불끈 쥐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텍사스주 방한 사절단의 이 같은 제스처에는 근거가 있었다. 텍사스는 지난 20년 내내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뽑은 가장 사업하기 좋은 주’ 1위를 기록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 1위, 외국인 직접 투자, 수출도 1위다. 텍사스가 연간 창출하는 경제 규모는 한국의 1.4배인 2조5000억달러(약 3450조원)에 달한다. 텍사스주 한 곳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는 전 세계에서 7곳뿐이다. 한국 기업들도 200여곳이 텍사스에 나가 있다. 27년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온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가 경제 개발을 선도하게 된 배경으로 사절단의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작은 풀뿌리 지역이 기업을 유치하는 첫번째 단계를 넘어가면, 텍사스 중앙 주정부가 지역 정부와 함께 사업 인프라 조성부터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며 “여기 모인 단체들의 강력한 팀워크가 없었으면 텍사스의 경제 개발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텍사스 내부적으로 ‘첨단산업 육성 컨센서스’가 이뤄져 체계적인 산업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중앙 주정부와 경제단체가 똘똘 뭉쳐 첨단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텍사스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자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쓰일 용수를 공급할 수 없다고 책임을 미룬다.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는 전력 공급 대책도 제대로 수립된 게 없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특혜를 주장하며 산업 정책과 기업 정책을 혼동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첨단 산업 육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5년째 기초공사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는 강력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작년 6월 미 연방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별개로 텍사스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부지 선정 등 투자 초기 포괄적인 전략 계획 수립부터 반도체 인력 교육·개발을 강조한다. 이 법안에 따라 텍사스는 6억9800만달러(약 9630억원)를 반도체 기금에 할당하고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 연구 개발센터에 6억6000만달러(약 91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여야에선 늦게나마 반도체 특별법 발의 경쟁이 붙었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기존보다 10% 늘리는 방안부터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안건도 나왔다. 더 이상 반도체 투자 유인책이 생색내기용 법안 발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첨단 산업 단지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 제정도 한시가 시급하다. 기초적인 첨단 산업 인프라조차 수년째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처참한 상황에 정치권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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