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감독 차출’ 규정 안 바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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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핵심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축구의 희귀 규정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고 있는 감독을 마음대로 선임할 수 있고, 이를 구단과 협의조차 없이 '통보'로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정관에 버젓이 올려놓은 것이다.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한 국내 한 축구 에이전트는 감독 강제 차출 규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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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핵심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축구의 희귀 규정이 있다. 바로 클럽 축구 감독을 언제라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
국가대표 규정 제12조 2항은 '협회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그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21세기에 이런 규정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일방적, 고압적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고 있는 감독을 마음대로 선임할 수 있고, 이를 구단과 협의조차 없이 '통보'로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정관에 버젓이 올려놓은 것이다.
사실 홍명보 감독 선임이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진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현재 클럽팀과 계약을 맺고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클린스만의 대체자로 거론됐을 때부터 논란의 핵심은 변함이 없다.
혹자는 과거에도 대표팀 감독을 이런 식으로 뽑은 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차원이 많이 달랐다. 2007년 12월 베어벡 감독의 뒤를 이은 전남 드래곤즈 소속의 허정무 감독은 시즌이 종료된 이후에 선임된 경우였고, 2011년 12월 최강희 전북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유사한 사례는 2007년 8월,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 때였다. 당시 박 감독은 K리그 부산 아이파크 감독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20일도 채 안 됐다. 축구협회는 베어벡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부랴부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대표 사령탑을 선정했는데, 기술위원회의 졸속 회의 속 박 감독을 일방적으로 선임했다.
어떻게 협회가 감독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구단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독을 빼 올 수가 있는 것인가. 문제의 규정 12조 2항이 세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소 조항이며, 폐지 혹은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한 국내 한 축구 에이전트는 감독 강제 차출 규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독일 대표팀의 경우 나겔스만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물러난 이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현직 클럽 감독을 대표팀에 선임하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클럽끼리 감독을 서로 영입할 때에도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킨다. 이를테면 바이에른 뮌헨 새 감독으로 임명된 콩파니는 원소속팀 번리에 계약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을 뮌헨 구단이 책임졌다"고 전했다.
시대착오적인 축구협회 규정에 대한 반론은 아이러니하게도 홍명보 감독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10일 소속팀 울산과 고별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은 "그 규정은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오늘날 상황하고 그 규정이 어울리지 않고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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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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