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눈돌렸던 나토, 對中 강경 전선 가세…"러 조력자" 첫 비판

박성민 2024. 7. 11. 17: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G7 이어 나토도 공동성명서 中에 포문…"나토, 미 비난에 첫 동참"
"유럽, 1년전만 해도 중국에 대항 주저"→중러 군사밀착에 유럽안보 위협 위기감
NYT "나토, '中 러 지원 확대시 대가' 암묵적 위협"…유럽 국가들 경제제재 가능성 거론
中 "러와 정상적 무역교류 거짓말·선동" 강력 반발…서방-러 갈등 격화
나토 정상회의서 기념 촬영하는 회원국 정상들 (워싱턴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는 9일부터 사흘간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2024.07.11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1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다며 강력히 비난하며 포문을 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공개 비판이다.

중러의 군사적 밀착을 중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유럽의 서방 동맹국에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에 대해 전례없는 강경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미국 주도의 나토도 이러한 대중 고강도 대응 전선에 가세한 셈이다.

나토 정상회의 (워싱턴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는 9일부터 사흘간 이어진다. 2024.07.11 passion@yna.co.kr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은 이날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정상회의에서 백악관 만찬 참석 직전 이러한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멀리 떨어진 위협으로 여겨온 나토가 중국이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 군대 재건에 중요한 '무기 부품'과 기타 기술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2019년까지 공식적으로 중국을 우려 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무미건조하게만 중국을 언급해온 나토로서는 주요한 출발점"이라며 "이제 나토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보도에서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지원함으로써 유럽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앞서 G7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14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지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유지를 가능케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 방위 산업에 사용되는 물자를 계속 이전하면 더 많은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반갑게 대화하는 시진핑·푸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10.18 jkhan@yna.co.kr

다수의 유럽 지도자, 특히 중국을 고급 승용차와 사치품의 주요 시장으로 여긴 독일 같은 나라는 1년 전만 해도 중국에 대항하는 걸 주저해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인 2022년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러 정상회담에서 '제한 없는 파트너십'에 합의한데 대해 평가절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조차 지난해 3월 중러 협력에 대해 "크게 과장된 것 같다"며 "지난 3개월 동안 '중국이 러시아에 상당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들은 아직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이러한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이 완전한 무기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결함이 있고 구식의 장비를 대량 생산해온 러시아 방위 산업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칩, 고급 소프트웨어 및 구성요소를 제공해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한 증거를 나토 회원국들에 제공했다.

미 재무부는 경제 제재 명령에서 러시아에 기술을 제공한 중국 방산 기업과 제조업체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팔 욘슨 스웨덴 국방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방 분야에서 깊이 협력하는 것을 지적한다"며 "합동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고 중국이 이중용도 장비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는 큰 우려"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나토 75주년 공식 환영 만찬 리셉션 (워싱턴=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공식 환영 만찬 리셉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운데 2층 발코니)가 행사를 주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아래 줄 가운데)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 내외와 함께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2024.7.11 [공동취재] hihong@yna.co.kr

이번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암묵적 위협도 담겨 있다.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첫번째 단계는 중국을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 배제하는 경제 제재가 될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지원을 계속하면 유럽 전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며, 미국은 유럽 동맹과 협력해 지원에 관련된 중국 단체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토의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서방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주(駐)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입장문에서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고 중국 관련 내용은 도발·거짓말·선동·먹칠로 가득 차 있다"며 "러시아와의 '정상적 무역 교류'를 방해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중국 대표단은 또 "지금껏 충돌 중인 어떤 한 당사자에게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줄곧 민수용 드론 수출을 포함해 군용·민수용 이중용도 품목을 엄격히 통제해왔다"고 덧붙였다.

min22@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