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PC한 오컬트 코미디 ‘핸섬가이즈’, 관객의 마음을 잡다
한껏 들뜬 대학생 무리가 숲속 풀빌라에 간다. 즐거운 밤을 보내던 이들은 호숫가에서 친구가 남자 두 명에게 업혀 가는 것을 목격한다. 자세히 보니 오는 길에 맥주를 사러 들른 마트에서 만났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친구를 찾으러 남자들이 사는 별장에 간다. 숨어서 지켜보니 한 남자는 허공에 전기톱을 휘두르고 있고, 다른 남자는 나무 관을 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연쇄 살인마가 틀림없다. 젊은이들은 칼과 골프채를 들고 살인마들을 처단하기 위해 달려든다.
이 이야기를 다시 써볼까? 대학생들은 못된 양아치들이다. 이들은 차 안에서 장난을 치다가 도로에서 염소를 차로 치어 죽였다. 마트에서 만난 두 남자는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내려온 순하고 착한 목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다. 둘은 도로에서 죽은 염소를 발견하고 잘 묻어준다. 이들은 호수에 빠져 익사할 뻔한 미나(공승연)를 구했고, 폭우에 차가 고장 나 병원에 갈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미나를 간호했다. 이들은 폐가나 다름없는 별장을 열심히 수리 중이다. 재필은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안에 말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한바탕 고생을 하고, 살가운 성격의 상구는 금세 미나와 친해져 함께 나무 화단을 만든다.
<핸섬가이즈>는 오해에 오해가 쌓여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전원생활에 설레던 재필과 상구는 미나를 구해준 뒤 갑자기 사방에서 자신들을 죽이겠다며 달려드는 젊은이들을 맞닥뜨린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이들을 죽이려 들던 젊은이들은 뛰어오다 혼자 넘어져 못 박혀 죽고, 감전돼 죽고, 더 끔찍하게도 죽으면서 아늑했던 별장은 피투성이가 된다. 이쯤되면 별장에 악마라도 씐 것 같은데, 실제 그렇다. 집에 악마가 깃들어 있다.
황당한 코미디에 오컬트, 슬래셔적 요소가 섞인 <핸섬가이즈>는 지난달 26일 개봉 후 11일 기준 108만 관객을 동원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하이재킹> <탈주> 등 대형 영화들 속에서 거둔 성과다. 남동협 감독(46)은 긴 조감독 생활을 하다 미국영화 <터커&데일Vs이블>(2010)의 리메이크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코미디는 어렵다.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깔깔 웃게하는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 지루한 장면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코미디를 좋아했던 남 감독은 데뷔작은 그래도 무엇이 됐든 코미디로 하고 싶었다. 10일 서울 상암동 스튜디오하이에서 만난 그는 “그냥 단순하게 <터커&데일Vs이블>을 리메이크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 다만 원작보다는 ‘상업적 요소’가 더 필요할 것 같아 악령 설정을 추가했다”고 했다.
원작과 달라진 점은 더 있다. <핸섬가이즈>는 의외로 ‘PC’한 코미디 영화다. 남자들이 주인공인 코미디에서 으레 나올 법한 성적인 농담이 영화 내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남 감독은 “불편한 장면이 없도록 굉장히 신경쓴 결과”며 “최대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지 않길’ 바라며 각색했다”고 했다. 원작의 잔인한 장면은 간접적으로 구현했다. 원작은 나무에 몸이 뚫려 죽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만, <핸섬가이즈>에서는 나무에 피가 맺혀 흐르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원작과 여자 주인공을 그리는 방식도 달라졌다. 원작의 여주는 위기상황에서 구조만 기다리다 자신을 구해준 데일과 커플이 된다. <핸섬가이즈>에서 미나는 네일 건으로 악마를 쏴버리고, 누구와도 커플이 되지 않는다. 대신 재필, 상구와 좋은 친구가 된다. “겉보기엔 오컬트 코미디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소외되었던 재필과 상구가 우연찮은 사건으로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본 미나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가 되길 바랐어요.”
적은 제작비, 코로나19 팬데믹 등 어려운 상황을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헌신이었다. 극 중 좀비가 되는 경찰 역을 맡은 배우 박지환은 ‘삐그덕 삐그덕 일어나 어그적 어그적 걸어온다’라는 한 줄의 대사를 보고 혼자 연습실을 빌려 ‘좀비 자세’를 연구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듣고 영감을 받아 지금의 자세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상구 역의 이희준 역시 잠깐의 춤 신을 위해 뮤지컬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안무를 준비해 왔다. 상의를 벗었을 때 ‘배만 하얀’ 재필의 모습은 ‘어디까지 분장을 해야 웃길까’를 고민한 이상민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남 감독은 배우들뿐 아니라 “약속한 예산보다 훨씬 많은 작업을 해 준 후반 작업자들에게 꼭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핸섬가이즈 속편’을 꼽았다. “인생작인 <백 투 더 퓨처> 트릴로지처럼 <핸섬가이즈> 3편을 만들면 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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