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서 ‘이해충돌’ 비판글 삭제 요청…이걸 류희림은 몰랐다?

박강수 기자 2024. 7.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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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내부 글 올린 직원 카톡 공개
“부속실장 다녀가” 인사위 압박까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니 (류 위원장은) 관련 안건 심의를 회피하라’는 방심위 내부의 문제제기가 나왔으나, 류 위원장 쪽에서 이를 무마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서로 진술이 엇갈려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브리핑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권익위가 관련자 진술을 증거와 대조하지 않고 ‘봐주기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9월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게시판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향해 이해충돌 소지를 지적하는 글을 올린 직원이 부서장과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재구성한 이미지. 이훈기 의원실 제공

11일 한겨레가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방심위 직원 ㄱ씨는 지난해 9월27일 오후 5시17분 내부 게시판에 ‘류희림 위원장님,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 보도 안건 심의 왜 회피하지 않으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방송보도와 관련해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넣었으니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따라 당사자인 류 위원장은 해당 안건 심의에서 손을 떼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글이 올라온지 한시간 쯤 뒤인 6시30분 ㄱ씨의 소속 부서장은 ㄱ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조금 전 부속실장이 왔다 갔고, 이번 사안을 좀 심각하게 보시고 인사위원회 개최도 고려하고 계시다고 했습니다”라며 게시글 삭제 요청을 전달했다. 부서장은 “글은 삭제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요. 나 오고 ㄱ씨 징계받고 하는 거 좋지 않잖아요”라고 말했으나 ㄱ씨는 삭제를 거부했다. 이 글은 방심위 내부망에 여전히 남아 있다.

ㄱ씨가 지난해 9월27일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 이훈기 의원실 제공

부속실은 위원장의 비서조직이다. 이해충돌 문제 제기가 올라온 뒤 이를 확인한 비서실에서 류 위원장에게 보고했고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본” 위원장이 징계까지 암시하며 압박했다는 것이 ㄱ씨의 주장이다. 류 위원장은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 이미 전체회의(25일)에서 한국방송(KBS), 제이티비시(JTBC), 와이티엔(YTN)의 해당 보도를 심의했고, 이후 문화방송(MBC) 심의(10월16일)에도 참여했다. 이들 보도에는 1억4000만원의 과징금(11월13일)이 부과됐다.

이는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심의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뒷받침한다. 증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9월14일에는 “위원장님 형제분으로 추정되는 류○○씨가 (제이티비시의 보도에) 민원을 신청했다”는 보고 문건이 올라갔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노종면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해당 직원이 “팀장님이 위원장실에 보고 갔다 왔고 위원장이 ‘잘 찾았다’고 팀장 극찬했다”라고 말하는 구절이 나온다.

지난해 9월14일 류희림 위원장에게 보고된 가족 추정 민원인 관련 문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 제공

이러한 정황은 지난해 12월23일 신고자가 권익위에 접수한 신고서에도 담겨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보고 문건, 게시글 관련 카카오톡 대화도 모두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지난 8일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여부에 관해 “참고인과 위원장 사이 진술이 엇갈려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며 ‘진술 불일치’를 언급했을 뿐 증거에 대한 판단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야권 방심위원의 이해충돌 조사 때 당사자 진술도 듣지 않고 속전속결로 결론내렸던 것과 대조된다.

김유진 방심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저에 대해 이해충돌을 조사할 때는 어떤 진술도 받지 않고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며 권익위의 이중적 조사 태도를 지적했다. 지난해 8월29일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가 김유진 위원의 과거 민주언론시민연합 재직 경력을 문제 삼아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권익위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열흘 만에 “(민언련 민원에 대한) 심의 사실을 확인했고,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이첩을 결정한 바 있다.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은 물론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류 위원장은 지난 1월 한겨레와 통화에서 가족 민원 보고와 내부 이해충돌 문제 제기에 대해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고, 문제 제기 글과 관련해선 심의 민원을 낸 민원인 신상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돼있는데 그 직원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었다”며 “그 뒤에도 나는 (해당 글에서 언급한) 민원인이 누군지 등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훈기 의원은 한겨레에 “권익위와 방심위는 그 어떤 기관보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기관이지만, 정권에 장악 당해 권력 유지용 도구로 작동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불법을 가려주고 있다”며 “행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버리고 폭주하는 상황에서 입법부가 견제해야 한다. 관련 법 개정과 국정조사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불법을 저지른 방심위원을 국회에서 해촉할 수 있도록 하는 ‘류희림 방지법’(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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