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드리운 노조 리스크, 국가 산업경쟁력 발목잡는다[현장에서]
산업계, 임단협 시즌맞아 ‘노조 리스크’ 몸살
“파업 등 생산차질을 담보로 투쟁 수위 높여”
양대 노총, 타임오프제 폐지 주장하며 압박
“반복되는 노조 리스크, 국가 경쟁력만 저하”
[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요 공장이 10일 오후 한때 가동이 중단되면서 약 6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0억원이 넘는 손실입니다.”
지난 10일 현대차의 울산·아산·전주, 기아의 광명·화성·광주 등 전국 모든 공장 생산라인이 순차적으로 멈춰선 데 따른 피해 규모다. 이날 공장 가동 중단은 현대모비스 자회사이자 핵심 부품사인 모트라스 노동조합(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부품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 모트라스는 콕핏(운전석)·섀시(차대) 등의 완성차의 핵심 모듈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현대차·기아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활동을 위해 쓰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사용자가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노조의 규모에 비례해 ‘면제 시간’과 ‘인원’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노조 측에서 전임 근무자를 과도하게 요구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대기업 노조 480곳 중 13.1%가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합의상 근로시간 면제자가 32명인데 10배가 넘는 310여명이 타임오프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허용 인원수의 2배에 달하는 40여명이 노조 전임자로 활동했다. 지난 10일 파업에 동참한 모트라스의 경우도 근로시간 면제 인원 한도가 8명이지만 35명에 달하는 노조 전임자를 두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타임오프를 위반할 경우 회사만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 노조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조차 없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 명령을 받은 회사가 추가 인원에 대한 현장 복귀명령을 내려도 노조는 오히려 파업 등 생산 차질을 담보로 회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무노동 무임금’의 대원칙 아래 타임오프제 악용을 바로잡겠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양대 노조는 외려 타임오프제 폐지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21대 국회에서 불발됐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22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양대 노총의 드라이브도 거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22대 국회에 올라온 개정안은 근로자, 사용자, 노동조합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노사 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입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회계자료를 공시하도록 한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대한 반발도 뇌관 중 하나다. 제조업 분야 최대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타임오프제와 노조 회계공시 철폐, 노란봉투법 개정 등을 고루 담은 ‘금속노조 노동법 개정요구서’를 최근 정치권에 전달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전면 총파업에서도 이들 핵심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산하 노조를 규합, 세 과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노동계가 노동자의 처우 향상와 권리 증진을 위해 임단협을 비롯해 사측에 목소리는 내는 것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을 담보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은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칠뿐더러 국가 산업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점이다. 실제로 노조의 과도한 몽니와 쟁의권 남용으로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친다면, 노동계는 기득권과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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