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정책초년병 리스크

2024. 7.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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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의대 증원과 관련하여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었다.

정부가 승리한 모양새지만 의료계는 승복하지 않고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초년병의 행태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의료계를 기득권 옹호 집단이 아닌 이익집단, 정책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각 교정도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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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대증원 확정됐지만
의료계 승복않고 갈등 계속
국민들과 편가르기 후폭풍
성숙한 정책 관리자 입장서
의료계 정책파트너로 대화
필수의료 개선 약속 지켜야

법원이 의대 증원과 관련하여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었다. 정부가 승리한 모양새지만 의료계는 승복하지 않고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폭망 수준의 선거 결과를 감수하면서 밀어붙였지만, 좌절에 가까운 국정 지지도를 받아들고 있다. 항공관제사 파업을 제압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받은 찬사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황스럽기까지 할 이 결과는 의정 갈등 과정에서 보인 그의 대화 스타일에 기인한다.

의료계를 자기 밥그릇만 지키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간 그의 대화 스타일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피곤함을 느끼게 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잠재적 피해의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의 뿌리는 사명감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어떤 전임 정권도 이루지 못했다고 계속 언급하면서 내가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결연한 의지로 읽히기보다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보다 걱정스러운 일은 내가 이 일을 가장 잘 안다는 자신감이다.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지식을 전수받고 상세한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은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위주로 보고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정부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자부심은 남다를 것이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내가 다 알고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하면 대화는 마침표일 수밖에 없다. 최고라고 주장하는 순간 호감은 사라진다. 사명감을 바탕에 깔고 내가 최고라는 인식으로 포장된 윤 대통령의 대화 행태는 정책 초년병 시절 흔히 보이는 것이다.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수사검사로 보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행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초년병의 행태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열정으로 가속페달을 밟은 정책이 해악을 초래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1990년대 초 토지공개념을 폭발적인 지지 속에 입법했지만 상당수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전제 중 한 가지만 달라져도 본질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 의대 증원의 대안들도 인구구조나 의사들의 직역에 관한 가정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합리성은 붕괴될 수 있다.

가장 나쁜 리스크는 정책집단에 대한 증오와 편가르기다. 과학 기술계를 카르텔로 비하한 데 이어 의사집단까지 기득권 옹호 집단으로 내몬다면 의료시스템 혁신에 대한 의료계의 참여와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 초년병이 입안한 정책은 상급자가 검토하고 국회와 언론의 검증을 거치게 되면 부정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의료계를 기득권 옹호 집단이 아닌 이익집단, 정책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각 교정도 이루어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의정 갈등 과정에서는 이런 안전장치가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웠다. 비서실이나 정부부처의 고위 관료들에게 직을 걸고 직언을 하라고 요구하지만, 관가의 정서를 고려하면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정책 초년병이 아닌 성숙한 정책 관리자 입장에서 의정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료계에 대한 적개심을 거두고 이들을 포용하는 대화법으로의 전환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유지·발전시켜온 의료계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대 증원 효과를 내기 위해 약속했던 일들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이 불통의 이미지를 벗고 정책 초년병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과오를 최소화했으면 한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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