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체성이 여자라면 여자야”...日 성전환 수술없는 성별 변경 인정
‘외관요건’ 위헌소지 있다고 판단
지난해 10월 대법 판결과 일치
일본내 성소수자 사이서도 찬반
한국도 5월 지법서 처음 같은 판결 나와
대법 수술 없는 성별정정 용인 움직임에
종교계 등 보수단체들 강하게 반발
10일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출생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으로서 살고 있는 청구인이 호적상 성별 변경을 요구한 가사 심판 환송심에서 성별 변경을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일본에서 수술 없이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별 변경 허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 이라며 “향후 수술 없는 성별변경에 대한 길을 열어주는 사법적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성동일성 장애’로 진단된 40대 남성이다. 성동일성 장애란 육체적으로는 완전한 남성 또는 여성이지만, 스스로를 반대의 성으로 확신하는 상태를 말한다.
청구인은 출생 및 호적상 성별은 남성이지만 오랫동안 여성으로서 사회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성별 변경을 위해 필요한 ‘외관 요건’이 성기 절제 등의 수술을 필요로 해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 소식에 “소원이 이루어졌다. 사회적 성별과 호적 성별의 차이로 어려웠던 점들에서 해방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일본 대법원이 성전환을 위해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성별 변경을 위해서는 성전환 수술과 생식 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이 요구됐는데, 이에 대해 일본내외 인권 단체들은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비난 해왔다.
일본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성동일성장애특례법상 ‘생식선 혹은 생식 기능이 없을 것’이란 ‘외관 요건’이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에 반해 신체를 침범당하지 않을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밝혔다. 또한 또 다른 외관 요건인 ‘성별 변경 후 성기가 유사한 외관을 가질 것’이란 규정에 대한 고등법원 단계의 재심리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그 결과 올해 2월에는 오카야마현 가정법원에서 청구인 우스이 다카키토가 신청한 성별 변경 신청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우스이는 호적상 남성이지만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여성으로서 생활해 왔다.
다만 이번 히로시마 고법 판결이 내려진뒤 일본내 성동일성자애자 등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성별 변경에 있어 수술 요건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의 공간을 지키는 모임’은 이번 판결 이후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위축되고 있다곤 해도 ‘남자 성기가 달린 법적인 여성’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특례법과 별도로 남성의 성기를 가진 채 (화장실 같은) 여성의 공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성동일성장애 당사자들로 구성된 ‘성동일성장애특례법지킴이모임’도 해당 판결에 항의의 뜻을 밝혔다. 이 단체는 “우리는 진심으로 수술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법적 성별 변경에 있어 여론의 신뢰를 받아온 것인데, 이번 판결의 모호한 기준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향후 특례법 개정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성전환 수술후) 호적상 성별 변경을 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고 호소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5월 8일 성전환수술 여부를 성별 정정 허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당시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 A씨 등 5명에게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태어날 때 남성으로 출생신고가 됐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해 각자 수년 이상 꾸준히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성전환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도 최근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교계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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