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고의패배?" "노상 방뇨하듯"…원희룡-한동훈에 與선관위 '경고'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당권 주자들의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당내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원희룡·한동훈 후보 측은 서로를 향해 '총선 고의 패배' '노상 방뇨' '배은망덕' 등 가시 돋친 표현을 써가며 감정 섞인 설전을 이어갔다. 결국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 당권 주자들에게 "당헌·당규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며 '엘로우 카드'를 꺼내 드는 상황이 됐다.
원 후보는 11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다. 원 후보는 "후보 검증은 유권자인 당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출마자 모두의 의무"라며 "총선 기간 중 사천(사적 인연에 따른 추천) 의혹·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여론조성팀(댓글 팀) 운영 의혹·측근인 김경율 회계사의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시겠냐"고 적었다.
앞서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지난 총선 기간 중 사천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 후보는 전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면서 가족 등과 공천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거짓말이 아니다"라며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할 때) 갑자기 끼어든 사람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원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계 인사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총선 고의 패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날 원 후보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변이 다 반대한다고 한들 영부인이 집권여당 책임자에게 그런 (대국민 사과 표명 의사) 얘기를 했다면 의사소통을 통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한 줄기 빛, 최후의 희망이 열린 것 아닌가"라며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 연락을 무시한 한 후보가)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 한 건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에 보조를 맞춰 친윤계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친윤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조정훈 의원도 원 후보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시 경위가 백서에 들어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의에 "솔직히 고백하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만에 하나 백서가 미뤄진다면 반드시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측은 일제히 반발했다. 한 후보는 이날 SNS에 "제 가족이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거짓 마타도어를 한 뒤 지난 토론에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핑계 대며 '앞으로 (의혹 제기를) 더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반성도 사과도 거부했다"며 "노상 방뇨하듯 오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적었다.
한 후보는 또 "다시 말바꿔서 하루도 안지나 거짓 마타도어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마치 노상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제가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원 후보가 해당 글을 올리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의 한 측근이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부적절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박정훈 후보는 "오랜 기간 정치권의 다툼을 봐왔지만 '고의 패배'라는 말처럼 막가파식 주장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말 그대로 충격적"이라고 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 역시 "고의로 선거에 패배했다니, 원희룡 후보님께서는 총선에서 지고 동정표 받아서 당 대표 되시려고 일부러 선거에 지셨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도 이날 SNS를 통해 원 후보가 제기한 '금감원장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저에 대한 한 후보의 공직인사 추천설은 사실이 아니다. 원 후보에게 경고하는데 기분 매우 더러우니 앞으로 저에 대한 어떤 언급도 삼가라"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원희룡 후보, 조정훈 의원 등 제가 알기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당시 아주 많이 (선거 지원 유세를) 요청하고 다른 후보들보다 더 많이 도움받은 것으로 아는데 '고의로 총선 지려고 했냐'느니 '백서에 문자 무시를 넣겠다'느니 이런 걸 우린 배은망덕이라 배웠다"고 했다.
이처럼 후보 간 비방전이 과열되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저희 108명 의원이 있는 그런 메신저 방에 많은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자칫 내부 분열로 가는 것 아니냐는 당원분들의 우려를 단톡방이나 메신저 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당 지도부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 당 선관위·윤리위원회를 통해 즉시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중앙당 선관위는 당 대표 후보들에게 마타도어를 자제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선관위는 "당 대표,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미래 비전으로 경쟁해 당을 화합으로 이끌어 주기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마타도어성 사안들은 각종 억측의 재생산, 소모적인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시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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