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상] 운동권 출신 아빠의 죽음, 난장판이 된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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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였던 아빠 태수가 죽은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맡은 딸 수민의 이야기다.
수민은 아빠를, 이름대로 '태수 씨'로 불렀다.
성식이 형을 마주한 수민은, 아빠 태수 씨의 과거를 전해 듣는다.
수민은 성식이 형에게 태수 씨가 생전에 입양했던 유기견 유자를 장례식장에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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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그 개와 혁명'
혁명 꿈꿨던 아빠와 친구들
세월 흐르면서 인생 엇갈려
그 세대 바라보는 딸의 시선
◆ 이효석 문학상 ◆
암 환자였던 아빠 태수가 죽은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맡은 딸 수민의 이야기다. 수민은 아빠를, 이름대로 '태수 씨'로 불렀다. 수민은 병원 암병동에서 태수 씨가 앉은 휠체어를 오래 끌었다. 이제 태수 씨의 삶은 커튼을 내렸다. 빈소를 찾는 사람들은 태수 씨의 옛 친구들이다. 누군가는 출소했고, 누군가는 귀국했다. 그때 수민이 빈소에서 맞이하는 접객 중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학 시절, 태수 씨 동지였던 성식이 형.
수민이 알기로, 성식이 형은 태수 씨의 지인 중에서도 특별했다. 태수 씨의 아내, 그러니까 수민의 엄마를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식이 형은 '북조선 지령'을 받고 러시아로 떠났다가 인터폴에 붙잡혀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까지 했던 인물이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투쟁을 해야 한다. 자본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는 사회가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고 태수 씨는 말했지만, 그는 수민을 낳고 식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성식이 형과 오래전 결별한 상태였다.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단편소설 '그 개와 혁명'은 운동권 세대의 현재를 2세대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뜨거웠던 '그때 그 시절'의 주인공들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그리고 혁명 이후의 오늘을 살아가는 저들의 표정을 장례식장을 통해 보여준다.
성식이 형을 마주한 수민은, 아빠 태수 씨의 과거를 전해 듣는다. 사실 성식이 형은 민족해방(NL), 태수 씨는 민중민주(PD) 계열이어서 둘의 노선, 즉 정치적 견해는 달랐다. 둘이 헤어진 건 생각의 방향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식이 형은 태수 씨의 과거를 수민에게 들려준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니 자신은 이제 그만하겠다고.
성식이 형이 러시아로 건너가던 그때, 태수 씨는 300만원을 몰래 건넸다. 이제 태수 씨는 떠났고, 성식이 형은 태수의 딸 수민에게 300만원을 돌려준다. 성식이 형은 육개장에 소주를 묵묵히 비운다.
투쟁은 무엇이었고, 혁명은 또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삶에 의해 와해된 건 당시의 열정이었을까.
수민은 성식이 형에게 태수 씨가 생전에 입양했던 유기견 유자를 장례식장에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한다. 성식이 형이 케이지에 담아 유자를 데려온다. 케이지를 감싼 담요를 걷고 문을 열자 유자가 뛰쳐나온다.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유자는 벽에 오줌을 누고, 음식을 먹느라 바빴다. 애를 써도 유자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들이 한때 꿨던 꿈처럼. 공간도 시간도 어질러지고 헝클어졌다. 이것은 슬픔도 분노도 아니다. 흐르는 시간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야 마는, 그런 풍경이다.
심사위원 박인성 평론가는 "운동권 세대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장례식장이란 공간을 통해 풀어내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청준의 '축제'를 요즘 세대식으로 다시 보는 듯한 작품"이라고 했고, 편혜영 소설가는 "예전에는 기존 운동권 당사자들이 자기 삶에 대한 회한을 썼다면 이제는 조소도 아닌 애틋함으로 아버지 세대를 바라보는 정서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대상 수상작 8월 초 발표)
<지상중계 끝>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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