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 최대 15% 감축…보상 대폭 인상(종합)
"전공의 복귀 대책도 나온 만큼 의료개혁 집중할 때"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빅5 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환자 진료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수술 수가 등 보상을 대폭 인상하고 일반병상을 최대 15% 감축하는 등의 의료 공급·이용체계 개선에 나선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난이고 높고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까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며 병상 등을 급속히 늘렸고 고비용의 숙련된 인력을 뽑기보다 전공의들이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졌다.
정부는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현행 비상진료체계 아래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이 전년 동기대비 39%에서 45%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앞으로 정부는 50%까지 끌어올릴 구상이다.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중환자실 수가, 중증 수술 수가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에 대해서도 최초로 건강보험 수가를 도입해 보상한다. 또한 '진료협력병원'을 통해 상급종합병원과의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적정 병상 구축도 돕는다.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 수, 중증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 내(3년)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위는 "일반병상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다인실을 2~3인실로 전환하거나 중환자실 등을 확충할 경우 환자에게 중증 중심으로 보다 나은 입원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직접 손실을 보전하기 보다 진료 협력, 병상, 인력, 수련 등 안정적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한다"고 소개했다.
수도권에 6600병상 규모 병원이 건립 추진되는 점에 대해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신설될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이 기준으로 조치가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복지부에서 신·증설 병상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는 종전부터 해왔다. 병상 감축은 기존 병원 또는 신설될 병원 모두 공히 적용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공의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던 기존의 상급종합병원 운영 시스템을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의 진료체계로 바꿀 예정이다.
중증 환자 치료역량 제고를 위해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 전공의 진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간다.
이때 정부는 기존 인력을 감축하거나 무급휴가 등 고용이 단절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운영이 이뤄지도록 병원별 인력 운영 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차원에서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 최대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근로 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이행한다.
정부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2027년부터는 본 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서열을 암시하고, 전달체계상 최종 치료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고려해 명칭 개편을 검토한다.
중증진료를 더 많이 볼수록 유리하도록 전체 환자 중 고난도의 전문진료질병군(희귀성 질병 등) 비율 하한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행 34% 수준인데 50%까지 상향한다.
정경실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란 명칭이 역할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국민에 오해를 부른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명칭 변경 여부, 적절한 명칭 등을 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위는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 제도는 의료사고 직권 조사와 의학적 감정 등을 통해 의료사고 실체 파악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20일 이내 조정‧중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해 왔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설치하게 돼 있는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장이 위원장을 맡아 기관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줄이도록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전문 상담을 수행하고 감정 쟁점 선정 등을 조력하는 (가칭)'환자 대변인제' 신설도 논의됐다.
이밖에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한 필수의료 투자 강화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고난도 질환 등 공급부족 대응에 5조원, 수요감소 대응에 3조원, 진료 연계협력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5·3·2' 지침을 수립해 1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약 3배인 국민 1000명당 병상 수를 적정화하는 등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 초반부터 20년 넘게 지속돼 온 양적 팽창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필수·지역의료 회복과 질적 성숙을 견인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 개혁 청사진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한 만큼 이제는 우리 사회 모두가 국민과 의료 현장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개혁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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