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렸다” 외친 홍명보, 정작 본인이 만든 감독 선임 시스템 버렸다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내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할 이유는 없다던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사령탑 장기 공백 사태를 외면할 수 없다며 헌신을 강조했지만, 개인적인 욕심에 정작 본인이 만든 감독 선임 시스템만 저버렸다는 비난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홍 감독은 10일 광주FC와의 K리그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스스로 만든 감독 선임 시스템을 이번에 버린 꼴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절 만나자고 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어봤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 시스템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이임생 기술이사는 다른 외국인 후보들과 달리 홍 감독에 대해서는 면접 절차를 생략했다고 시인했다. 더 나아가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다른 감독 후보들은 PPT 발표,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 상대인 중동 국가들에 대한 게임모델 설명 등의 평가를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절차가 생략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홍 감독은 협회 전무이사 재임 당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과 함께 감독 후보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 선임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의를 표명한 정해성 위원장 사태 관련해서는 과거와 비교해 협회의 감독 선임 시스템이 후퇴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랬던 홍 감독이 정작 본인에게 감독직 제안이 들어오자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것이다.
협회가 절차상의 공정성을 저버리고, 홍 감독마저 이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외국인 지도자들과 협회의 연결고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 감독은 앞서 여러 차례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국내 의무 거주기간, 연봉 등 근무조건을 모두 수락한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은 배제하고 홍 감독을 모셔오는 모양새가 되면서 한국 협회에 대한 외국인 지도자들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버렸다”, “한국 축구만 생각한다” 등 감성적인 발언으로 취임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스스로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실패를 언급하는 등 과거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힌다.
홍 감독의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팬들은 “홍 감독은 자신이 순교자인 것처럼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홍 감독이 버린 것은 양심이 아닐까”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러면 울산은 대한민국 축구가 아닌가? K리그는 한국 축구에서 중요한 게 아니냐”라며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맨날 K리그가 중요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며 “여전히 인식은 대표팀을 위해서 K리그가 희생돼도 된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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