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부족에 증편 지연 日공항···韓서 수입·유조선 확보 긴급대책

정유소 통폐합에 항공 연료 차질
연료 운반·급유 인력부족도 심화
방일 외국인 느는데 증편 어려워
"관광·지역 경제 타격" 긴급대책

[서울경제]

일본이 항공 연료 부족으로 주요 공항의 신규 취항 및 증편 지연이 심각해지자 한국에서의 연료 수입 확대와 유조선 확보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들로 이뤄진 민관 합동 특별팀은 일본 전국 공항이 직면한 항공 연료 부족 해소를 위해 정유소에서 공항까지 연료를 옮길 수송용 유조선(탱커선) 3척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달 중 일본 국적의 외항 탱커선 1척을 국내 수송용으로 전환하고, 10월 외국 국적 탱커 1척을 일본 국적으로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총 3척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항별 항공편 증편 정보를 석유 판매업체에 조속히 전달해 생산 계획에 반영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각 지역 저장시설에서 공항으로 연료 수송을 담당하는 탱크로리 차량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한국 등에서 항공유를 수입해 일본 내 유통량도 늘리기로 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항공 연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해 주요 공항에서의 신규 취항 및 증편이 지연되고 있다. 항공 연료 부족은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석유 정제 능력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석유 업계는 탈(脫) 탄소와 맞물린 휘발유 등 주력 유종(油種)의 수요 축소를 전망해 업계 재편 및 제유소(製油所) 축소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항공 연료의 증산 여지도 그만큼 줄어들게 됐고, 팬데믹 이후 해외 왕래 재개에 따른 상황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제된 연료를 일본 각지로 운반하는 석유 운송 선박과 승무원, 공항에서 급유 업무를 하는 작업 근로자 부족 문제가 더해져 공급 제약이 심화했다. 정유소 통폐합으로 공항까지의 수송 거리가 길어졌지만, 4월부터 시행된 초과 근무 규제로 운전기사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도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항공 연료 부족은 일본의 관광 전략 및 지역 경제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통상 여객기는 편도 분의 연료를 싣고 목적지까지 간 뒤 돌아오는 연료는 현지 공항에서 조달한다. 비행기가 특정 공항을 드나들기 위해 그만큼의 연료 공급이 해당 공항에서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일본 주요 공항은 늘어나는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나리타국제공항은 해외항공사를 중심으로 주당 57편의 증편 및 신규 취항을 보류하고 있다. 홋카이도와 히로시마 등 지방 공항에서도 연료 부족으로 증편을 보류하는 사태가 잇따른다.

닛케이는 “항공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행 항공편을 늘리려는 회사는 많다”며 “연료 보급 체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고 노동력이 부족한 현상이 장기화하면 일본 전체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