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미모만큼 대중들 마음에 각인된 김희선의 솔직한 매력('밥이나 한잔해')

‘밥이나 한잔해’, 김희선의 매력이 가장 빛났던 작품인 이유

[엔터미디어=수사연구 박기자의 TV탐정] 최근 김희선은 MBC 드라마 <우리, 집>과 tvN 예능 <밥이나 한잔해>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우리, 집>에서 김희선은 대한민국 최고의 심리상담의 노영원을 연기했다. <밥이나 한잔해>에서 김희선은 김희선의 모습 그대로 술자리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는 분위기의 토크쇼를 진행한다.

<우리, 집>에서 김희선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드라마는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섞은 장르로써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드라마의 아쉬움이 김희선이 연기한 노영원 때문은 아니었다.

김희선은 배우로서 슬픔, 기쁨, 분노 같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을 시청자가 공감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X세대의 상징처럼 통통 튀는 매력의 아이콘이면서도, 1990년대 MBC <세상 끝까지> 같은 멜로드라마에서 처절한 눈물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한편 <우리, 집>에서도 김희선은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진실한 감정들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런 장면들의 연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김희선은 <우리, 집>에 함께 출연한 추리소설가 홍사강 역의 이혜영처럼 작품을 강렬하게 쥐고 흔드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진 못한다. 대사 한 마디를 무심하게 내뱉었을 뿐인데 시청자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는 배우는 아닌 것이다.

가수로 비유하자면 김희선은 감정의 음역대가 좁은 편이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울고, 웃는 감정들을 아름다운 얼굴이 더 아름다워 보일 만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김태희, 한가인 같은 미녀스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희선은 그 이상의 압도적인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거나 유심히 봐야 느껴질 수 있는 숨죽인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부족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김희선이 스릴러나 미스터리처럼 어두운 장르보다 로맨스, 코믹, 멜로 같은 장르에서 더 빛을 발하는 건 그래서다. 그녀의 화려한 복귀를 알린 JTBC <품위 있는 그녀>나 열혈 학부모의 감정들을 잘 살려낸 MBC <앵그리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편 <우리, 집>과 같은 시기에 방송을 시작한 <밥이나 한잔해>에서 김희선은 훨씬 밝고 유쾌했다. 김희선은 수많은 배우들과 셀럽이 등장하는 방송에서 주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김희선은 1990년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의 이승연처럼 전무후무하게 세련된 토크쇼 진행자는 아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김희선이 이승연의 토크쇼의 출연했던 과거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 영상을 보면 이승연의 세련된 진행과 발랄하고 어수선하지만 솔직하고 그늘이 없어 사랑스러운 김희선의 토크의 재밌는 대비를 볼 수 있다.

<밥이나 한잔해>에서 김희선은 1990년대 어느 포차의 화기애애한 번개 술자리로 시청자를 인도한다. 김희선은 <밥이나 한잔해>에서 20대 때 같은 발랄함에서 조금은 더 성숙한 면모를 보이며 수많은 출연자들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2024년이지만 여전히 뱀파이어처럼 예쁘면서 90년대를 상징하는 X세대의 아이콘처럼 여전히 통통 튄다. 김희선 특유의 친화력으로 <밥이나 한잔해>는 특별히 화려하진 않지만 최고의 만찬처럼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마 김희선의 매력은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배우지만 누구보다 친숙한 스타라는 면이 아닐까 싶다. 비록 배우로서 강한 아우라를 보여주진 않지만, 화면을 뚫고 나오는 솔직한 매력은 그녀의 미모만큼 아직도 대중들을 사로잡는다. 그런 면에서 <밥이나 한잔해>는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김희선의 최근 커리어 중 그녀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임에 틀림없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