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움직임에 자사주 매입·소각 대폭 늘었다

김경민 기자 2024. 7. 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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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36포인트(0.81%) 오른 2891.35,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6.13포인트(0.71%) 내린 852.42로 장을 마쳤다. 2024.07.11 권도현 기자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상반기 상장사들은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어 시장의 감시와 명확한 공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의 2024년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시장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상장사의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상반기 1조8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1년 사이 25.1% 증가했고, 소각은 같은 기간 2조4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190.5% 늘었다.

기업별로는 SK이노베이션(7936억원), 삼성물산(7676억원), 메리츠금융지주(6400억원)의 소각액이 컸고, 기아(5000억원), 쌍용C&E(3350억원), 크래프톤(1992억원) 등도 대거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꼽힌다. 주당순이익(EPS) 등 주당 가치를 계산할 때 분모인 주식 수가 줄면서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움직임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이름으로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단기간 주주를 달래기 위한 ‘당근책’에 그칠뿐 주주환원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한다”며 “외국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안하면 이사회 통과를 못하고 지배주주와 가까운 상장사 등에 서로 매각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식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반주주의 돈으로 매입된 자사주가 오히려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책이 되거나 시장에 도로 풀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주가 부양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올린 메리츠금융지주·콜마·에프앤가이드·키움증권의 경우 공시에서 자사주 매입 후 구체적인 소각 계획을 명시했지만, 지난 5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980억원 가량을 매입하기로 한 엔씨소프트의 경우 소각을 검토한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지난 5월부터 수 백억원대의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소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 효과로 당장 주가는 반등했으나, 소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주주가치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기주식취득 시 취득 목적과 계획을 보다 명확히 기술하도록 하고 이를 ‘밸류업 공시’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자사주를 어떻게 처분할건지 공시하도록 유도하거나 사용처를 명확히 공시하도록 규정화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포럼에서 발표한 밸류업 10대 과제 중 하나가 3개월 내 소각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라며 “가장 좋은 것은 기업이 선진국 기업처럼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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