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조 "어떤 조건에도 합병반대"…EU에 불승인 촉구(종합)
대한항공 "아시아나 독자생존·제3자 매각 불가능…운임인상·독점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노조는 11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산업은행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EU)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두 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화물기 운항승무원 전원 사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고발, 국민청원, EU 면담 요청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노조가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 고용 승계 관련 소통 부재 ▲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소규모 화물항공사 선정 ▲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에 따른 국가 자산 손실 등이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그 어떠한 답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대외적으로 100%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관련 문서 등을 받지 못했다는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또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항공사를 선정한 것은 향후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의 평균 기령은 26.6년"이라며 "에어인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수정 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메가캐리어'가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매각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배분받기 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1+1이 2가 돼야 본전인데도 1+1이 도로 1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하거나, 제3의 그룹 기업으로 다시 매각돼 성장하는 게 훨씬 현실적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에 도입돼야 할 A350 기체 2대가 대한항공에 넘어가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이 불발됐다며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8년 7월 계약한 A350 30대 가운데 15대를 도입했으며 남은 15대 가운데 2대를 올해 하반기에 받을 예정이었나, 도입 일정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대한항공에 넘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A350 도입 일정 조정은 내부의 기재 운영 계획 및 제작사와의 협의 조건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며 "도입 대수 변경 없이 일정만 조정됐으며 경영진 배임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두 항공사의 합병은 사실상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EU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전제로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고,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절차를 마치고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조종사노조는 지난 8일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서한을 EU,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한 항공 동맹체의 조종사 단체인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조종사 협회' 등에 보낸 바 있다.
권수정 노조 위원장은 "일반노조는 줄곧 반대해 왔다. 국민들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두 항공사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병 반대'로 의견을 모았고, 어떤 조건에 대해서도 결사반대"라고 각각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노조 측 주장에 "아시아나항공은 2천%가 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악화로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며 제3자 매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 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다"며 "슬롯 이관의 대부분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이뤄져 국부 유출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러 차례 공언했듯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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