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엄마, 둘 다 하면 안 돼?…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처음 설치된 이것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클라리스 아그벵누(32·프랑스)는 2022년 6월 딸을 낳았다. 출산 후 도복을 벗고 육아에 전념하던 아그벵누는 11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여자 63㎏급 정상에 올랐다.
엄마가 된 유도 세계 챔피언은 자국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런 그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아그벵누는 올해 1월 프랑스 유도 국가대표팀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제 딸과 함께 올림픽 선수촌에 머물며 마지막 올림픽 경기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스포츠 전문 매체 RMC 스포츠와 인터뷰하며 “우리의 상황이 더 좋아지게 도울 수 있는 조언을 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여성 경력 단절은 세계 레벨에서 경쟁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큰 걱정거리다. 미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로 현역 시절 올림픽 금메달을 7개나 딴 앨리슨 펠릭스도 “딸을 낳은 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고 털어놨다.
올림픽도 최근까진 여성, 특히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 선수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았다. 직전 도쿄 대회까진 선수들과 어린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장소가 제공되지 않았다.
성평등의 가치를 강조한 파리 올림픽에선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촌 한편에 보육 시설이 마련됐다. 해당 시설은 선수촌 광장의 비거주지역에 설치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기저귀를 착용하는 나이의 자녀를 둔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다.
엠마 테르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장은 “임신과 모성이 여성 선수들에게 경력의 끝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며 “선수들은 이 공간에서 자녀와 중요한 순간을 함께 보내며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한 펠릭스는 CBS와 인터뷰에서 “보육 시설이 설치된 것은 여성 선수들에 대한 문화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엄마가 되는 것을 선택한 여성들이 경기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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