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라, 죽는다" 헤엄쳐 노모 구한 아들…카약 타고 이웃 살린 교수

허진실 기자 2024. 7. 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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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주머니를 지붕에 올려놓았는데 '살려달라' 소리치던 어머니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죽을힘을 다해 가보니 어머니가 물 위에 머리만 내놓은 채 기둥만 붙잡고 계셨어요."

대피한 주민 사이에서 애타게 어머니를 찾던 김 씨는 물에 잠긴 마을 쪽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아주머니를 지붕 위로 올린 뒤 어머니에게 향하는데 '살려달라'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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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필 목원대 교수, 마을 돌며 고립된 노인들 찾아다녀
주민들 기성종합복지관·가수원 장터 경로당 임시 거주
11일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김중훈씨(59)가 전날 어머니가 매달려 있던 기둥을 가리키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허진실 기자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옆집 아주머니를 지붕에 올려놓았는데 ‘살려달라’ 소리치던 어머니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죽을힘을 다해 가보니 어머니가 물 위에 머리만 내놓은 채 기둥만 붙잡고 계셨어요.”

11일 수해로 난장판이 된 집 앞마당의 나무 기둥을 가리킨 김중훈 씨(59)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날 대전·충남 전역에 호우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구 용촌동 일대에는 오전 7시까지 144㎜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김 씨는 새벽 4시 30분께 둑이 무너졌다는 이장의 연락을 받자마자 80대 노모가 걱정돼 한달음에 달려왔다.

도착한 고향은 전에 없던 모습이었다. 누런 흙탕물은 마을 어귀까지 차올랐고 수면 위로 보이는 빨간색,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으로만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대피한 주민 사이에서 애타게 어머니를 찾던 김 씨는 물에 잠긴 마을 쪽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당시엔 소방대원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포클레인을 몰고 가려다 물살에 막힌 김 씨는 이웃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맨몸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집 쪽으로 가던 중 현관문에 매달려 있는 이웃 아주머니를 먼저 발견했다. 아주머니를 지붕 위로 올린 뒤 어머니에게 향하는데 ‘살려달라’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기진맥진해 목소리도 못 내다가 나를 보더니 ‘위험하니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정말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두 분 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16분 관련 신고가 접수돼 장비 8대·인력 25명을 투입, 주민들을 구조 중이다. 2024.7.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와 비슷한 시각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1인용 카약'을 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해병대 중위 출신인 권 교수는 직접 노를 저으며 집 안에 고립된 노인들을 찾아다녔다.

물을 피해 식탁 위, 지붕 위 그리고 다락에 올라가 있던 노인들이 권 교수를 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권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홀로 사는 팔구십대 노인이라 걱정했는데 인명피해가 없어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 서구에 따르면 전날 새벽부터 내린 비로 기성동, 가수원동 등에서 침수 및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 지역 주민 31세대 60명과 8세대 11명은 각각 기성종합복지관과 가수원 장터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나머지 2명은 원정2 경로당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구는 복구를 마칠 때까지 이재민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응급구호 세트 등 각종 물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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