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단양 광상서 리튬 존재 확인했지만... 산업 활용은 어려울 듯

지질연, 4년간 국내 12개 광상 조사 발표
울진·단양 리튬 품위 중국에 비해 경쟁력
울진은 금강송 보호지, 단양은 민간 선점
"시추 어려워"... "첫 체계적 조사에 의미"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리튬 유망 광상 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리튬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 12개 광상을 4년간 조사한 결과, 경북 울진과 충북 단양 광상에서 리튬의 존재를 확인했다. 다만 품위가 높지 않거나 금강송 보호 지역에 묻혀 있어 시추를 통한 부존량 확인과 개발까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발 잠재성은 있다는데...

11일 지질연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리튬 유망 광상 12곳에 대한 조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발 잠재성이 확인된 곳은 울진과 단양의 광상이다. 이들 지역 곳곳에 홍운모(레피도라이트) 등 리튬을 품은 광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지질연은 설명했다.

울진에서는 1945~63년 광석 180톤을 생산한 기록이 있는 보암 광상 내 광체(광석 발달 구간) 이외에 두 개의 광체가 더 발견됐다. 세 광체의 평균 리튬 품위는 0.05~1%(산화리튬 기준)였다. 특히 신규 광체는 캐나다 레드크로스호스 광산과 유사했으며, 품위는 0.3~1.5%로 조사됐다. 단양 광상 광체의 평균 리튬 품위는 0.01~0.5%였다.

품위는 돌덩어리 속에 있는 특정 광물의 중량 비율을 뜻한다. 리튬 품위가 5%라면 10㎏짜리 돌에 리튬 0.5㎏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품위로만 보면 세계적 리튬 광상(페그마타이트형)인 호주 그린부시의 평균 품위가 2.8% 정도인 것과 비교해 많이 낮지만, 중국 리튬 광산 개발 최저 품위(0.2%)와 비교할 경우 울진 광상은 경쟁력이 있다. 단양 광상에 대해서도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선광, 재련, 소재화 기술과 접목하면 경제성 있는 광체로 충분히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경북 울진에서 채취한 거정질 화강암(페그마타이트). 리튬을 포함한 광물인 홍운모(레피도라이트)가 페그마타이트 속에서 보라색을 띠고 있다. 오지혜 기자

이차전지 양극재로 사용되는 리튬은 전기차 생산에 필수인 광물인데, 호주나 칠레,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돼 수급 불안정 위기가 상존한다. 이에 지질연은 2020년부터 국내 리튬 부존량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 리튬은 주로 거정질 화강암(페그마타이트)형 광상에 들어 있으며, 일부는 점토형 광상으로 분포돼 있다. 이번 조사는 페그마타이트형 광상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시추 포기는 아니라는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직원이 경북 울진에서 채취해온 페그마타이트에 측정기를 갖다 대고 리튬 품위를 확인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문제는 다음이다. 광물의 경제성을 확인하려면 실제 시추를 해봐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우선 리튬 존재가 확인된 두 광상 중 품위가 더 높은 울진의 경우 광상 일부가 금강송 보호구역 안에 있다. 품위가 낮은 단양도 걸림돌이 있긴 마찬가지다. 이곳의 광업권을 선점한 국내 기업이 미국 광업 회사와 공동으로 이미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울진은 최종적으로 산림청에서 시추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단양은 조사가 중복으로 이뤄질 수도 있고, 지질연 예산으로 (이미 민간이 조사하는 곳의) 매장량 평가가 필요한지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추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학계에서는 국내 리튬 부존 여부를 처음 파악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신동복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리튬 부존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부존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자원 개발 시도가 성공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