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열매는 없고 잎사귀만 무성…전남 사과농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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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하나도 없고 전부 빈 가지들이에요.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전남의 사과 주산지인 장성군 북하면에서 16년간 사과 농사를 지은 오재욱(62)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사과가 한창 영글 7월인데, 지난 10일 방문한 오씨의 과수원에서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맺혀야 할 열매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장성군 농업기술센터도 오씨의 과수원을 포함한 지역 사과 재배지의 올해 평균 착과율이 평년의 20∼30% 수준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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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열매는 하나도 없고 전부 빈 가지들이에요.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전남의 사과 주산지인 장성군 북하면에서 16년간 사과 농사를 지은 오재욱(62)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사과가 한창 영글 7월인데, 지난 10일 방문한 오씨의 과수원에서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맺혀야 할 열매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오씨 과수원에 심어진 사과나무는 총 1천200그루.
장맛비를 맞고 무성하게 웃자란 가지와 잎사귀 틈에 열매를 품은 나무는 100그루도 채 되지 않았다.
최상품 기준으로 최소 200 바구니는 수확해야 손해 없이 과수원을 운영할 수 있지만, 올해는 품질 구분 없이 싹싹 긁어모아도 100 바구니를 넘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해 농사가 시작 단계에서 실패로 끝나버린 셈이다.
오씨는 "30년 가까이 사과 농장을 운영한 주변의 어르신들도 '올해처럼 최악인 경험은 없었다'고 말한다"며 "오죽하면 과수원을 접을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독 사과가 열리지 않는 원인으로 오씨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이어졌던 이상저온 현상을 꼽는다.
오씨는 개화기였던 이 시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자 냉해를 예방하려고 과수원 군데군데에 착화탄을 피웠는데, 열매가 딱 그 주변에만 맺힌 것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성군 농업기술센터도 오씨의 과수원을 포함한 지역 사과 재배지의 올해 평균 착과율이 평년의 20∼30% 수준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사과나무는 추운 겨울에 양분을 축적하고 따뜻한 봄에 꽃을 피워야 한다"며 "지난겨울이 춥지 않았을뿐더러 3월 하순에 잇달아 추운 날씨가 나타나다 보니 사과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균형이 깨졌다"고 말했다.
장성뿐만이 아니다. 전남의 또 다른 사과 주산지인 곡성에서도 올해 사과 착과율은 작년과 비교해 약 10% 감소했다.
장성군과 곡성군은 추운 날이 많았고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봄철 기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 농가가 겪는 지금의 피해를 이상기후나 기상변화로 인한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냉해를 호소하는 지역의 3∼4월 기상을 분석해본 결과 모두 영상 기온으로 나타났다"며 "장성의 경우 작년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냉해 때문에 나무가 약해지면서 올해 착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부의 이러한 분석에 당장 재해 보상 받을 길이 막히면서 오씨 등 장성 지역 농민들은 장성군 농업기술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차후 관내 사과 농가의 피해 현황을 파악해 재해 보상을 다시 요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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